내 사랑 물먹는 하마 / 정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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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59회 작성일 17-07-14 09:00본문
내 사랑 물먹는 하마
정태화
아내가 물먹는 하마를 장롱 깊이 감추어 숨긴 그날 이후
그 가슴 빵빵 부풀어 오릅니다.
조선시대 마름이 몸에 들어와 철철 흘러넘치는 하늘의 비, 제 스스로 마름이라고
호우주의보 동반한 천둥소리 쫙쫙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가두리 양식장 가두면 그
소리 너무 커서 사람의 귀 듣지 못하는 말, 척척 감기는 혓바닥 녹여 먹는 하마가
오래 묵은 장롱 탈옥을 확인하라고
아내의 손 끌려나와 그 가슴 상쾌한 외출입니다.
…………,
다시 오는 아침 청소차에 실리기 전
제 할 일 다하고 있는 햇살 아래서 묵묵히 마르고 있는 당신,
낮은 자리 굴러온 앉은뱅이꽃 씀바귀 옆자리에서
망연자실 쓸쓸합니다. 아직도 몸이 무거워
가랑잎 더불어 구르지 못하는 당신,
- 정태화 시집 『내 사랑 물먹는 하마』(시산맥사, 2015) 중에서
본명 정경화. 1958년 경남 함양 출생
1994년 계간 《시와 시인》 신인상 수상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선인장꽃은 가시를 내밀고 있다』 『내 사랑 물먹는 하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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