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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은 어디쯤에서 고이나 / 오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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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97회 작성일 17-08-04 09:43

본문

사라진 것들은 어디쯤에서 고이나

 

오 늘

 

 

버터를 두른 팬 위에는 구운 아침과

아침보다 신선한 고양이

양말 한 짝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모르는 것은 양말 한 짝 뿐일까요

폭우가 쏟아지는 세숫대야

지금 초인종을 누르고 있는 것은 어제일까요

이제 겨우 눈을 떴을 뿐인데

식어버린 아침

 

표정만 바뀌어도 놓치는 사이가 되어

안녕 밖으로

어쩌면 영영 밖으로

초인종을 누르다 돌아간 사람들이

서랍 속에 식은 맨발을 놓고 양말 한 짝을 가져가요

얼룩무늬 얼굴은 왜 놓고 가는지

 

나는 누구의 서랍 속에서 빠져나온 얼굴일까요

기억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다시,

하루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슬픔의 강도만큼 눈물이 짜다는데

기억이 쇠약해지면 죽는 걸까요

죽은 생각은 어디로 가서 모이나요

 

배보다 불룩한 고양이 방석

한쪽만 남은 양말보다 낯선 것이 또 있을까요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양말을 신은 나일까요

사라진 양말일까요

멀쩡한 양말은 맨발의 체온이라서

버려야 하는 것은 구멍 난 기억인가 봐요

 

 


오늘사진.jpg

2006서시로 등단

시집으로나비야,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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