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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가 사랑한 / 권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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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782회 작성일 17-08-11 09:39

본문

나나가 사랑한

 

권기만 

 

 

기억하지 않아도 말이 되는 발과

늙은 와인 두 병이 잠들어 있다

안달루시아의 개를 따라간 간 낙타가

피아노 위에 쓰러져 있다 소리는 뼈에서

바람으로 진화하다 혹에서 멈춰 있다

분열로 우정을 만든 물감을 지나

무한 반사각에서 발견된 불멸의 시간에 도착해 있다

압생트가 통과된 귀와

사라진 오후가 피의자가 되었을 때

순회재판소 소장이 죽었다

모험가들이 돌아왔고 꺼졌던 벽지에 불꽃놀이가

점화됐다 보호종인 문화를 심어 뒀다는 가슴은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문자가 타종되는 방을 지나

나나가 끝없는 설원을 걸어갔다

다른 세상에서 온 다리들의 집회를 지나

프랑스에서 태어나 아르헨티나에서 자란 흰색과

붉은색이 넘어진 채 돌기둥이 되어 있었다

외상으로 산 작은 입술과 선 굵은 칵테일 잔

피아노를 개조한 방에서 깼을 때

막심 고리키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오래된 침묵이 다음 주인공이냐고 물었지만

지나간 질문이 불간섭주의를 천명하며 돌아섰다

자유가 희망인 시대의 아침이었다

 

 

 

05-1.jpg

경북 봉화 출생

2012시산맥으로 등단

시집으로발 달린 벌

4회 월명문학상, 7회 최치원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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