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저녁의 강물 / 서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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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39회 작성일 17-12-18 15:40본문
그 저녁의 강물
서양원
내 유년의 강은 저문 물빛이 밤새 압록바위를 돌아
소리없이 흐르는 섬진강 상류다
아침이면 무지갯빛 햇살을 안고 넌출넌출 은어 떼가 튀어오르는
풀빛이 곱게 누운 강둑에서 검정고무신을 신고
해종일 강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언제라도 저 은어처럼 큰 세상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 것
같은 늦은 동부 꽃이 밭이랑 지던 날이었다
밤이 깊은 완행열차 안에서 차츰 압록의 강물이 멀어지고
새삼 가난한 저녁상에 오르던 재첩국이며
강가에 피던 달맞이 꽃이며 강 위를 날던 소리개의 붉은 눈빛이며
소꿉장난 하던 살구나무집 가시나의 동그런 얼굴이
물수제비 치듯 떠올랐다
수심 깊은 세상의 강물에 회오리처럼 떠밀려 다니면서도
한 번도 그날의 물빛을 잊어본 적이 없다
귀밑머리가 듬성듬성 쉰 갈대처럼 군락진 지금도
천리 떨어진 북한강 기슭 해지는 선술집에 앉아
그날의 강물을 따라 마시고 있다
- 서양원 시집 『물의 정원』(2017, 시선사)에서
2011년 《시선》으로 등단
시집 『훨훨』 『꿈꾸는 것은 아름답다』 『너에게 묻다』 『물의 정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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