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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들 / 이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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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80회 작성일 18-08-02 08:50

본문

의자들

 

     이명윤

 


. . . .

문신처럼 등짝에 새기고 있다

의자의 본분도 잊은

쓸쓸한 농담 같은 쓸모

지나던 행인이

초라한 늘그막에 대하여 모욕을 던지고

쉴 곳 잃은 바퀴들이 등짝을 향해

몇 차례 깜빡이를 켜지만

묵묵히 빈 무릎만 내려다본다

수십 년간 자부심이었다던 회사가

덜컥 그의 등에 붙인 대기발령에

떨구던 눈빛도

빈 무릎을 향해 있었지

뒤로 넘어져도 무릎을 펴지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의자들

의자에게 무릎을 내어주는 것이

의자뿐인 저녁이 관절을 삐걱거리며 오고 

서로의 등을 껴안고

기우뚱 건너는 불면의 밤

환한 잇몸을 드러낸 달이 웃는다

선착순 호루라기 소리

뒤뚱뒤뚱 걷는 네 마리 오리들

붉은 페인트 등짝에 새기고,

고장 난 발목 날개에 숨기고,

 




FILE000.jpg

2007년 《시안》신인상 당선
<시마을 문학상>, <전태일 문학상>
<수주 문학상>,<민들레 문학상><솟대문학상>수상
시마을동인

빈터, 리얼리스트100 동인
시집 『수화기 속의 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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