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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세보 / 조동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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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9회 작성일 18-09-27 14:33

본문

 

 플라세보

 

    조동범

 

   당신은 아직도 죽음을 믿을 수 없습니까. 전화벨이 울리면 적막은 고개를 돌려 당신을 문득 바라봅니다. 당신의 우편함에 헤어진 연인으로부터 온 편지는 있습니까.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와도 당신은 그저 평온하고, 열린 창문으로 얼어붙은 바람은 커튼을 지나, 말라버린 한 끼 밥그릇을 지나, 지난가을의 달력을 지나 당신에게 당도합니다. 지난가을의 달력에는 나무와 들판과 단풍이 창백하고요. 당신이 그어놓은 기념일은 이제 쓸모없는 과거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눈은 텅 비어 무너지는 하늘을 말하고, 당신의 입술은 부서질 듯 바짝 말라 한없는 가벼움이 될 뿐입니다.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지런한 당신의 손만이 이불 밖으로 나와 있을 뿐입니다. 당신의 손은 한 줌 햇빛을 앞에 두고 적막을 망설입니다. 당신은 정갈한 사람이므로, 바짝 마른 당신의 싱크대는 깨끗하고 옷장에는 동그랗게 말아놓은 양말들이 가득할 테지요. 썩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밤과 낮을, 당신은 흐느낄 수조차 없습니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당신의 마지막 숨이 흐느끼는 것도 같았지만, 당신의 방은 그저 평범한 적막으로 가득 차오릅니다. 당신의 죽음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당신의 머리맡에는 유리로 된 컵이 있습니다. 연필이 있습니다. 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꽃무늬 레이스가 달린 커튼은 반만 열려 있습니다. 컵의 물비린내는 당신의 죽음처럼 피어오르며 텅 빈 공중의 불길한 소문이 되어갑니다. 당신은 여전히 누워 천장을 바라볼 뿐이고, 쓸모없는 기념일을 떠올리며 당신은 끝나지 않은 밤과 낮을 위무하려 합니다.

 

 

  1970년 경기도 안양 출생
  중앙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학위 취득
  2002년 《문학동네》신인상 당선.
  시집『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카니발』,
  산문집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평론집 『디아스포라의 고백들』
  비평집 『 4 년 11 개월 이틀 동안의 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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