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새들은 체 게바라를 모른다 / 이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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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18회 작성일 18-10-12 09:56본문
티티새들은 체 게바라를 모른다
이건청
칠레의 혁명군 대장 체 게바라가 죽은 후에도 티티새들은 그 숲에서 티티새들끼리 모여 살았다.
정부군 매복조의 AK소총이 일제히 불을 뿜는 총소리에 놀라 잠시 날아올랐을 뿐, 7발의 총탄에
벌집이 된 체 게바라가 지상을 아주 떠난 후에도 티티새들은 티티새들끼리 지저귀면서 맹그로브
나무 숲에 날개를 접었다. 빨치산 대장 체 게바라가 죽고 없는 밀림에서 티티새들은 알을 낳고
새끼를 길렀다. 티티새들은 체 게바라를 모른다. 어째서, 의사였던 그가 청진기를 버리고 총을
잡았는지, 반쯤 찢어진 포스터에 검은 윤곽으로만 남은 그가 아직도 뜨거운 불인지, 티티새들은
모른다. 알 턱이 없다.
- 이건청 시집『소금 창고에서 날아가는 노고지리』(서정시학, 2007)
1942년 경기도 이천 출생
한양대학교 국문과 졸업.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박목월 추천)
시집 『이건청 시집』 『목마른 자는 잠들고』 『망초꽃 하나』 『청동시대를 위하여』
『하이에나』 『코뿔소를 찾아서』 『석탄형성에 관한 관찰 기록』 『푸른 말들에 대한 기억』
『소금창고에서 날아가는 노고지리』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 『굴참나무 숲에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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