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을 배달하는 퀵서비스맨 / 고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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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17회 작성일 17-07-03 09:07본문
마네킹을 배달하는 퀵서비스맨
고성만
여자를 들고 달린다
가방 속에 든 여자의 몸은 여러 겹의 포장으로 둘러싸여서
잘 보이지 않는다 욕이 먼저 튀어나온다 씨발,
벌거벗은 마네킹이다 마네킹이 쳐다본다 마네킹을 때린다
마네킹이 운다 마네킹을 다시 집어넣는다 마네킹과 함께
도망친다 한사코 시의 외곽으로
경찰차가 따라온다 그를 안다고 말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안다고 생각한다 부릉부릉 오토바이의 속도를 높인다
경광등을 울린다 경찰관이 거수경례를 한다
위반하셨습니다
시켜만달라고 각종 배달 심부름 대행 안 하는 것이 없다고
어디든 바람처럼 다녀올 수 있다고 헬멧과 마스크 사이 눈
깜박거림 멈출 수 없다 분노한 짐승같이 한쪽 다리를 든다
페달을 구른다
몇 동 몇 호세요? 어느 골목에 계신가요? 곧바로 나오실 수
있죠? 검정 바지 검정 점퍼 무릎 보호대 두른 채
요금은 14,000원입니다
부다다다-
꽃잎 으깨진다 애드벌룬 터진다
- 고성만 시집 『마네킹과 퀵서비스맨』(시작, 2015)
전북 부안출생
조선대 국어교육과, 전남대 교육대학원 졸업
1998년 《동서문학》 신인상 당선
시집 『올해 처음 본 나비』 『슬픔을 사육하다』
『햇살 바이러스』 『마네킹과 퀵서비스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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