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열반에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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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일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43회 작성일 18-11-20 08:12본문
돼지 열반에 들다
재래시장 침침한 골목 안
큼지막한 가마솥이 부글부글
거품을 물고 있는데
언제부터 그 안에 있었는지
반들반들 삭발을 한 돼지가
머리만 뎅강 잘려진 채로
묵언 참선 중이다.
일생을 구정물 거름탕에서
말 그대로 돼지처럼 굴렀거늘
이까짓 수모쯤이야
무슨 대수라고 눈을 감은 채
시종일관 웃는 낯이다.
사는 동안 얼마나 많은 날들을
참을 인 꿀꿀, 참을 인 꿀꿀 했는지
이제는 득도의 경지에 이르렀는가
펄펄 끓는 확탕지옥을
저리도 유유자적 견디고 있으니
아무렴 부처가 아니고서야.
하루 반나절이 지나고
팔각소반 위에 가부좌로 앉아
제 몸에 칼질을 해댄 중생들에게
비나이다- 비나이다-
넙죽넙죽 큰절 받으니
영락없는 부처가 아니던가.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안국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누구나 한번은 어차피 떠나는 길
웃고 떠나면 좋겠습니다
잘 웃는 돼지가 더 비싸게 팔린다고 합니다
문득 추워진 날씨와 미세먼지 염려되는 세상이지만
먼저 환절기 건강 챙기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