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실루엣 / 강인한
페이지 정보
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47회 작성일 17-09-09 01:34본문
오후의 실루엣 / 강인한
앉아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
카페 손님이 그래서 많다
당신은 내 앞에
떠 있다
강이 있고
건너편에는 내가 떠 있다
우리들은 하반신이 지워진 채 마주앉아
앞에 놓인 강에
뛰어들 것인가 말 것인가
오래 들여다본다
지워진 다리들이
비가 내리는 산책로에 우산을 같이 쓰고
가만가만 걸어가는 것일까
아니면 걸음을 멈춰 마주보고 있을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담배 두 대, 커피 한 잔
그리고 오후의 카페를 나선다
언젠가 비가 왔고
비에 젖어 눈을 뜨던 길들이
소리 없이 등뒤로 사라진다
# 감상
지금은 카페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해서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옛날에는 카페에서 마주앉아 담배 피우며 자욱한 연기 속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이야기하는 것이 젊은이들의 낭만이었다
담배연기로 하반신이 보이지 않아 마주앉아 있는 모습이 둘 사이에
놓여진 강이라는 생각, 그래서 마주보며 떠 있다는 생각, 아주 당연한
서사를 낭만의 서정으로 바꿔놓는 시인의 상상력이 돋보이는데,
시인의 시는 묘사가 선명해서 독자의 이해를 쉽게 하는 특징이 있으며
때로는 인위적으로 시제를 애매하게 하여 독자를 혼동시키기도 한다
- 언젠가 비가 왔고
- 비에 젖어 눈을 뜨던 길들이
- 소리 없이 등뒤로 사라진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