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속에서 만져지는 뼈 / 송재학 > 내가 읽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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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속에서 만져지는 뼈 / 송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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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72회 작성일 17-09-30 00:58

본문

그림자 속에서 만져지는 뼈

=송재학 

 

 

     밤늦게 닿은 읍내, 이정표가 없기에 두리번거리는 가로등이 명멸하는 소읍이다 밤안개의 혀를 가진 골목이 있다면 침묵에도 안개의 혀가 있다 고양이가 할퀴고 간 골목에는 전봇대 그림자가 무심하다 완강한 콘크리트 전봇대, 꿈틀거리고 짓물른 물질 깊이 박혀 있다 전봇대는 짐짓 부드럽게 그림자를 늘려 볼썽사나운 나에게도 기댄다 내 속에 있는 철근의 부패한 냄새를 맡은 것이다 모든 전봇대 그림자는 저마다 향일점을 찾아가는데 내 그림자를 흉내 내는 전봇대는 가련하다 낯설고 간절한 극()을 원한다면 녹슨 철근과 비슷한 내 뼈만 한 것이 있을까 그들의 접촉은 부식의 느낌을 공유하기 위해서이다 내 뼈는 오래전부터 복화술을 배웠기에 그림자 속에서 휘파람 부는 뼈마디 하나 주운 것도 이상하지 않다

 

 

 

鵲巢感想文

     詩는 역시 자위다. 에곤실레의 자화상이 문득 떠오른다. 녹슨 철근같이 우락부락하게 보이는 것도 사나운 들짐승처럼 보이는 것도 어쩌면 보는 자만의 위안이다. 실제 인물은 잘생겼다. 는 마치 거울처럼 어쩌면 거울보다 더 악하게 보이는 괴물일지도 모른다. 밤늦게 읍내 같은 소책자 하나 들고 애인처럼 들여다보는 것은 시인만의 일이다. 이것은 이정표 하나 없는 밤길이나 다름없다. 어쩌다가 가로등처럼 깜빡거리는 나비라도 발견하면 그것은 내 모르는 고양이를 만난 것처럼 약간의 교감뿐이다.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을 거리와 그 거리의 가로등을 보며 굳이 가로등 하나를 뽑겠다고 나선 이 鵲巢도 웃기는 녀석이다. 밤은 자연이다. 시간은 절대 진리다. 그냥 흐르는 것이 못내 아쉬워서 아니면 살아 있어 눈 감고 흘려보내기 어려워서 완강한 뿌리 하나 뽑겠다는 것인가! 참 어이없는 짓이며 볼썽사납다. 결국, 뽑았다 하더라도 그건 또 하나의 자화상, 가련하고 낯설고 간절한 자위였을 뿐 아무작도 못 쓰는 부식의 철 덩어리다. 그사이 밤새 내 뼈는 더 굳었다. 밤새 나는 입만 더 굳건히 닫았다. 밤새 점점 더 무겁기만 하고 휘파람처럼 불다가는 고양이만 제 낯짝에 안식하며 지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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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재학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1986세계의 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시단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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