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동거 / 이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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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81회 작성일 17-11-18 02:13본문
푸른 동거 / 이영애
메스가 심장을 핥고 간 저녁
극락에서 돌아와 보니
그녀 몸에 이름 없는 새의 맥박이 뛰고 있었다
날개를 퍼덕일 때마다 두근거리는 방
그녀가 손을 휘저어 새를 쫓으려 할 때마다
그 울음이 온몸에 퍼져
바닥이 없는 절벽 아래로 떨져 내려갔다
잠이 들면 축축한 호수바닥에 오래 고여 있고
그럴 때마다 새는 날개가 웃자라 길을 잃었다
제 집이 아닌 좌심방 우심방 사이를 오가는 새
휘저었던 날개를 펴다말고 고장 난 시계처럼 울고 있다
태양이 머물지 않는 한 점의 행성처럼
상서로운 깃털을 쓰다듬던 구름 속
밤마다 그녀는 새가 되어 날고 있었다
어느 결 몸에 둥지를 턴 새 한 마리
그녀는 새장 문을 열어
종지에 눈물 한 모금을 가만히 밀어 넣었다
* 이영애 : 전남 남원 출생, 2009년 <열린 시학>으로 등단
# 감상
큰 수술로 죽을 고비를 넘긴 후, 그녀가 새로운 삶에 대해 술회하고 있다
고투를 통해 얻어 낸 생피 같은 삶이 한 마리 파닥이는 새로 은유 되었다
새로운 삶에서 치솟는 환희(새)가 물고기처럼 시각화 되어 우심방 좌심방
핏줄을 타고 온몸을 누비는 이미지가 이채롭다
- 태양이 머물지 않는 한 점 행성처럼
- 상서로운 깃털을 쓰다듬던 구름 속
- 밤마다 그녀는 새가 되어 날고 있다
절벽 같은 어둠 속에서 터져나오는 한 줄기 빛이여,
저 빛을 타고 그녀의 심장은 팔딱, 팔딱 요동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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