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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목련 여인숙 /박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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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55회 작성일 17-11-19 08:37

본문



목련여인숙

박완호


  환한 봄밤이었다 막차를 놓치고 찾아든 여인숙, 판자때기 꽃무늬벽지로
엉성하게 나뉜 옆방과

  천장에 난 조그만 구멍으로 반반씩 나눠가진 형광등 불빛이 이쪽저쪽을
오락가락할 때, 나는

  김수영을 읽거나 만나려면 조금 기다려야 했던 백석을 꿈꾸며 되지도
않는 시를 끄적거리다가

  갑자기 불이 꺼지고 시팔, 속으로 투덜대며 원고지를 접고는 이내 곯아
떨어졌을 텐데, 잠결에 들려 온

  옆방 여자가 내는 소리가 달밤의 목련꽃처럼 피어나는 걸 숨죽여 듣다가
그만 붉게 달아오른 꽃잎 하나를 흘리고 말았지

  아침 수돗가에서 마주친 여자는 낯붉히며 세숫대야를 내 쪽으로 슬며시
밀어주는데 나는 괜히

   간밤 그녀가 흘려보낸 소리들이 내 방에 와선 탱탱하게 부풀었던 걸 들키
기라도 한 듯 덩달아 붉어져서는

내 쪽에 있던 비누를 가만히 그녀 쪽으로 놓아주었다





충북 진천 출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1년 《동서문학 》등단
시집 『 내 안의 흔들림』『 염소의 허기가 세상을 흔든다』
『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다』등
동인시집 『유월 가운데 폭설이』  『아내의 문신』등


ㅡ 시 노트 ㅡ


 
시가 은밀한 내용을 재미 있게 전달하고 있다 
막차를 놓치고 변두리 시골 허름한 여인숙을 찾아 하룻밤 객고를 청하는데 방음장치가 되어 있지 않는 여인숙 방 벽에서 시인은 목련이 터지면서 쏟아내는 비음을 듣는다 아침에 수돗가에서 간밤의 목련과 마주치고 목련이 쏟아낸 탱탱하게 부풀었던 음악을 생각하는데 그녀도 옆방의 남자가 들었다는 것을 부끄러워하는지 슬며시 세숫대야를 밀어주는 목련 
괜히 시인이 부끄러워 비누를 그녀 쪽으로 놓아주었다는 시인의 말이 참 익살스럽고 재미있다
그시절 여행을 좋아했던 사람들이나 객지 여인숙에서 일관계로 장기투숙을 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봄밤에 목련이 쏟아내는 비음을 밤새도록 눈이 충혈되게 들었을 것 같다 얼마나 아내와 애인의 살내음을 객지의 허름한 여인숙 방 벽에
도배질을 했을까 

삭막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불현듯 이 익살스러운 시 한편에서 낭만이 있었던 한 시절의 여러 가지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목련이 터지는 소리와 여인의 하모니는 동일한 값이 아닐까 얼마나 향기롭나[문정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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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 본문도 좋았지만..

감평으로 주신 노트가
시가 미처 다 말하지 못했던 것까지
깊은 느낌으로 말해 주네요

머물다 갑니다

문정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연히 읽은 목련 여인숙 저에게는 박완호라는 시인은 생소한 분이기도
했지만 시를 참 잘 쓴다 평범 속의 범상이란 이런 것일까  했습니다
여인숙이란 시대적 정서가 더 친근감을 가져다 주었는지는 모르지만요

아무튼  졸 감상을 후하게 읽어주어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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