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의 꿈 / 고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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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36회 작성일 17-12-12 02:10본문
목련의 꿈 / 고재종
아름다움은 더렵혀지기 위해 존재하는가
막 날아오르려는 흰 비둘기의 꿈도
순백의 웨딩드레스에 만개한 꽃의 노래도
티끌 한 점 없는 아름다움일 때라야
제대로 더럽혀질 수 있다는 것인가
화사한 목련꽃은 이미 추하게 시들어가고
그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자던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간 건각의 아들은
느닷없이, 오늘 일어서지 못한다
아름다움을 더렵힌 후에 오는 기쁨을 맛보려는
누군가의 지팡이에 의해 일격을 당한 듯,
아름다움과 꿈이 크면 클수록
더렵혀지는 것도 그만큼 커진다는 듯,
건각의 아들은 황망히, 오늘 일어서지 못한다
배설물로 가득한 도랑 위로 장미꽃을 던지는
사드의 초상을 그렸던 바타유처럼
고통이 나의 성격을 형성한 건 사실이다
고통 없이는 난 아무것도 아니란 것도 안다
하지만 꿈의 건각이 쌩째로 무너지는 것은
어느 고통에게 달려가 항의할 것인가
그 고통이 내 생의 것으로만 끝날 줄 알았던
꿈들이 하얗게 닫혀 버리는 이 봄날에
난 연두초록 번지는 잎, 어느 한 점 알지 못한다
# 감상
오늘 아침 호숫가를 거닐다 보니 호숫가에 줄지어 서있는 백목련 나무가
마른 잎을 미처 다 떨어트리기도 전에 새싹이 푸릇, 가지끝에 맺히는 것이
아닌가 어린 싹들 매몰찬 찬바람 속에서도 새싹 힘차게 튕기는 모습에서
애처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 끈질긴 생명력에 활짝 핀 백목련꽃송이
보는 만큼이나 내마음 환해 지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화자의 시는 꽃의 아름다움보다 꽃 떨어진 후의 몰락을 주재로 하고
있다
건각의 아들이 누군가의 일격으로 목련꽃 떨어지듯 쓰러지고, 아름다운 꿈이
크면 클수록 떨어져 더렵혀지는 허무함이 떨어져 시들어가는 목련꽃에 비유
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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