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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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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잇몸/안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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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童心初박찬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58회 작성일 18-03-15 19:59

본문

잇몸/안경모

 

 

-성성하니 남아 있드라도 말여

설익은 감자라도 씹을 이가 있을 땐 말여

그짝으로 음석을 밀어 넣느라고 애를 썼단 말이시

그나마 남아 있는 이빨 찾아 잘 씹히던 음석들이

허당으로 빠졌다간 씹던 힘에 날몸쪽으로 씹힐 때면, 우라질

쌩 이빨로 돌 씹을 때보다 더 울화통이 치받치드라 이 말이여

그럴 땐, 사는 게 다 머시당가

이러다가 홍시나 쪽쪽 빨아 묵다 말라비틀어져 저승으로 가뿌리는 것 아닌가 하는


-근디 고것이, 이빨이라는 것이 말여

읍써져불믄 사는 낙도 읍써져야 하는디

남아 있던 것마저 빠져불고 날 몸뚱이만 남응께

먹고 싶은 것은 더 많아지는 것이

방금 쪄낸 가래떡도 못 씹게 되얐는디, 머시냐

사는 것에 욕심은 더 생기드라 이 말이여

알겄는가 내 말

욕심이 사는 힘으로 되야뿐지는, 긍께

살 욕심은 죄가 아닌 게 되드라 이 말이여 내 말은

애당초 잇몸은 알고 있었던 걸

몽창 뭉그라지고 나서야 나는 알게 됐지만 말여


  

---------------

삶으로부터의 전언-(삶으로부터 온 시)

이 노인이 정식화하고 있는 첫 명제가 '몸의 욕망이 삶이다'는 것입니다. 물론 위 시에서는 욕망이 '욕심'으로 표기되지만 "남아 있던 것마저 빠져불고 날 몸뚱이만 남응께/먹고 싶은 것은 더 많아지는 것이/방금 쪄낸 가래떡도 못 씹게 되얐는디, 머시냐/사는 것에 욕심은 더 생기드라 이 말이여"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채워지면 끝나는 욕구(慾求)와는 분명히 다른 상태입니다. 그러니 욕구의 집착 정도를 말하는 '욕심'이라는 어르신의 표현이 언어상 정확한 말은 아니지만, 오히려 저는그 욕심'이 그 노인 몸에게는 가장 정확한 말일 수 있겠구나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 욕심이야말로 '늙어죽음'으로부터 매 순간 '죽음'을 떨어내려는 -삶만 남기려는-몸의 구체화된 강한 욕망적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로부터 '몸의 욕망은 삶뿐이다'는 두 번째 명제가 파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알겄는가 내 말/욕심이 사는 힘으로 되야뿐지는, 긍께"로 표현됩니다. 이것이 명제의 값어치가 있는지 없는지 의심스럽다면 '몸의 욕망은 죽음(돈, 명예 등)을 원한다'나 "이러다가 홍시나 쪽쪽 빨아 묵다 말라비틀어져 저승으로 가뿌리는 것 아닌가 하는"이라는 말에 대비 시켜 보십시오. 당연한 말이겠지만 '살아서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어떤 멋진 이성(理性)이 그 풍경이 되어줘도 퇴락일 뿐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 명제를 더 구체화하는, 몸은 몸인 한 삶으로의 욕망을 끝끝내 사유하고 그것만을 지성으로 가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파생하는 명제가 마치 생명의 무죄를 선언하는 듯한 "살 욕심은 죄가 아닌 게 되드라 이 말이여 내 말은"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매우 위험한 금기의 명제일 수도 있는 것을 이빨 다 빠진 노인이 가장 정직한 생에 대한 욕망의 힘으로 명제화한 것입니다. 시쳇말로 바꿔보면, '너희들이 이 아흔을 살아봤냐? 난 살아봤는데, 생의 가치는 더한 삶을 원하는 것 자체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생의 가치는 멋들어진 이성의 현학에서 주어지는 것도 성현의 훌륭한 말씀에서 주어지는 것도 아니라 오직 몸뚱어리의 삶에 대한 욕망에서 주어지고, 가치판단 역시 삶이고자 하는 그 욕망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제까지 삶에 대해 콩 놔라 팥 놔라 하던 것들이 무엇입니까? 마치 판관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눈을 치뜨고 뾰족한 입을 놀리던 것들이 무엇입니까? 시를 쓰는 우리가 이제껏 금과옥조로 알던 것들이 다 무엇입니까? 몸의 일부인 잇몸조차 알고 있던 것을 모르게 하고 속인 것이 정녕 무엇입니까? 그래서 이 할배 선사가 일갈합니다. "애당초 잇몸은 알고 있었던 걸/몽창 뭉그라지고 나서야 나는 알게 됐지만 말여", 그러니 이제라도 몸을 넘어선 그 잘난 생각들은 쓰레기통에 처넣으라고!

참 놀라운 '삶의 광학(光學)'입니다.

-오철수(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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