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 배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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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73회 작성일 18-03-26 03:46본문
장마 / 배한봉
비가 나무를 때리며 운다, 하염없이, 마구, 밤새도록 시퍼렇게 멍들도록 나무를 때리며
운다,
내가 내 울음의 입구와 출구를 모르듯 비가 왜 저렇게 우는지, 언제 그칠지 나는 모른다,
나무는 마냥 울음의 주먹을 다 받아주고 있다, 실은 나무도 까닭없이 울고 싶을 때가 있다는 몸짓 같다
밤새도록 멍든 어깨나 등이
아침 되면 검푸른 나뭇잎으로 펄럭이는 것이 그 증거다,
비가 하염없이, 마구, 밤새도록
나무를 때리며 운다,
이렇게라도 주먹질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시대의눈물을, 나무는 온몸으로 다 받아주고 있다
# 감상
비가 운다, 무엇이 그렇게 서러운지 나무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때리며 하염없이 운다
비가 온다, 울며 때쓰는 응석부리 아이처럼,
나무는 비를 맞는다, 그 응석 어리광 다 받아주는 어머니처럼,
이렇게라도 몸부림 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시대의 약자들을 나무처럼 어머니처럼
온 몸으로 다 받아주는 누군가 있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이 시대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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