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북극 /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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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68회 작성일 18-04-20 03:17본문
달과 북극 / 이날
일호선 전철을 타고 참 많은 한강을 건너다녔다
어떤 날은 문가에 기대어 창 밖을 바라보는 나를 본다
의자에 앉아 졸거나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이런 것들은 환상이지만
다가가서 악수를 건네기 전까지 그것은
정말로 있는 일이다
너는 왜 애가 가만있질 못하니
집중을 잘 못하고 산만한 편입니다
가끔 혼자 멀리 딴 데를 봐요
어려서부터 들었던 흔한 애기들
언젠가 북극에 가서 유리병에 오로라를 채집할 거야
혹은 달에 가서 남은 생을 보낼 거야 그런데 가다가 죽을지도 몰라
나는 죽으면 책이 될 거야 여백이 가득한
어려서부터 했던 흔한 애기들
그리운 것들이 참 많다 이 많은 것들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슬프지 않을 때까지
우선은 살아볼 생각이다
무언가가 그리운 건 참 소중한 일이니까
전철을 타고 십 년간
달과 북극을 오갔다
그리워하기 위해 떠나는 거야
그리워하기 위해 나를 떠나는 거야?
전철 문가에 기대어 창 밖의
강물이 흘러가는 걸 바라보는데
네가 나에게 다가오는구나
천천히 올라오는 너의 오른손을 본다
# 감상
2015년도 <포지션> 신인추천 당선작이다
시마을 사이트 문학가산책, 공모전 당선작을 읽다가 본 작품을 올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감상문 작성하기에 적당한 난이도 였으며, 무엇보다 아름다움과 그리움이
깃든 시를 좋아하는데 그러했다
화자는 복잡한 현실을 떠나 고요한 내면 속에서 생의 아름다움과 그리움을
노래하는듯 하다
달, 북극, 오로라는 어휘에서 아름다움과 그리움을 느낄 수 있으며 특히 달
이라는 어휘는 상투성이 강한데 그렇지를 않은 것은 표현의 묘미일 것이다
한강철교 위로 전철이 소리없이 지나가고 화자는 그안에서 달빛 받아 물밑
둥그런 강물을 바라보는데,
손에 잡힐듯한 현장감이 언뜻 비치는 발랄한 젊음과 어우러져서 낭만을 한껏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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