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속의 달빛 여우 / 윤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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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16회 작성일 18-05-18 02:51본문
사과 속의 달빛 여우 / 윤정구
베어 문 사과 속에 달빛 한 입 묻어 있다
고향에서 보내온 풋사과 맛이 골짜기 어디 쯤
길이 끊기고 멸악산 갑자기 높아져서
캉 캉 여우 울음소리가 하늘로 퍼져 올라갈 때
사과나무도 분명 그 날카로운 여우 울음소리를 들었으리라
한낮에는 댑싸리 빗자루보다 더 길고 풍성한 꼬리를 끌고
부드럽게 보리밭 끄트머리로 걸어 나오던 그 여우의
송곳처럼 날카로웠던 울음소리
잡목 우거진 여수골의 밤 달빛이 얼마나 고혹적이었는지
밤길을 잃어버려본 사람들은 안다
눈 속에서 낙엽 속에서 녹음방초 속에서 여우는 그렇게 숨어서 울었지만
사람들이 그 여수골 입구를 일구고 사과나무를 심어나가자
여우는 마침내 마지막 울음을 남기고는
나무 사이 푸른 달빛을 타고 멸악산 등성이를 넘어갔다
달빛 묻은 사과를 한 점 베어 먹는다
손전등처럼 반짝이던 두 눈, 달빛 여우가 보인다
* 윤정구 : 경기도 평택 출생, 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사과 속의 달빛 여우> 외 다수
# 감상
시의 포에지가 사과즙만큼이나 듬북 묻어나는 시 한편 본다,
- 캉 캉 여우 울음소리가 하늘로 퍼져 올라갈 때
- 사과나무도 분명 그 날카로운 여우 울음소리를 들었으리라
텍스트를 읽어 가면서 어떤 요술나라가 펼쳐질까? 기대와
즐거움으로 가득 했다
사람들이 여수골 입구를 일구고 사과나무를 심어 나가자
달빛 교교한 여수골의 밤, 여우는 메아리처럼 울음소리만 남기고
푸른 달빛을 타고 멸악산 등성이를 넘어갔다
시큼 달콤한 사과를 한 점 베어 물자 반짝이던 여우의 두 눈빛과
하울링 같은 여우의 울음소리가 달빛 타고 들려오는 듯,
아주 먼 옛날에나 들을 수 있었을 여우 울음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화자의 심상 속에 귀소본능, 회귀본능의 정서가 깊이 서려있다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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