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목 / 최을원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고사목 / 최을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90회 작성일 18-07-17 02:51

본문

고사목 / 최을원

 

더 이상 오를 곳은 없다

푸른 살들은 남김없이 제단에 바쳐졌다

내게 깃들던 것들은

모두 허공 속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움 마저 단단하다

그러나 나는 유년처럼 설렌다

천 개의 태양이 지나간 길들을 되집어

나는 내 속을 돌고 있다

머릿속까지 타들어 가던 그 작열의 정점에서

불러다오, 푸르러서 서럽던 것들아

찬란하던 새벽의 불면들아

 

유예의 시간은 길었다

나를 지나가던 벌레 한 마리

그 작은 떨림 하나까지 기록한 책장을

겨울 새떼들이 끝에서

끝으로 천천히 넘기고 있다

또 다른 길들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나는, 雪花 몇 송이로

상형문자 몇 자로

지금 버티는 중이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아

오래 기억하고 싶은 저 맑은 햇살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 볼 때까지,

자 벌레 한 마리

신의 손등 위에, 혹은 푸른 잎사귀 위에

슬며시 놓일 때까지

 

* 최을원 : 1961년 경북 예천 출생, 2002년 <문학사상> 으로 등단,

               시집 <새와 함께 잠들다>

 

# 감상

벼락을 맞았을까?  영양 부족일까? 죽은 고사목에서 실타레처럼 풀려 나오는

내러티브가 화자의 내공을 짐작하게 한다

 "더 이상 오를 곳은 없다 / 푸른 살들은 남김없이 제단에 바쳐졌다"

지난날 작열하던 그 푸르름을 과거의 한 생으로 기억,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나를 지나가던 벌레 한 마리의 작은 떨림까지도 하나의 책장으로 기록되어

천천히 넘기면 푸르러서 아름다운 것들이 아득한 옛날의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목탁소리 탱탱한 내 몸속에서 또 다른 생이 다가오고 있다

"雪花 몇 송이로 / 상형문자 몇 자로 / 지금 버티는 중이다 / 누군가는 남고

 / 누군가는 떠나는"

色卽是空 空卽是色, 無에서 有로 有에서 無로, 生은 돌고 드는것,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다운것,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62건 4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01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 05-16
401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05-16
401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1 05-16
400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0 05-15
400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05-15
400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1 0 05-14
400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 0 05-14
400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 0 05-13
40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 05-12
400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 05-12
400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05-11
400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05-10
400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0 05-10
399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 0 05-09
399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5-09
399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0 05-08
39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 0 05-08
399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 0 05-07
39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 05-07
399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 0 05-06
399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 0 05-06
399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05-04
399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 0 05-03
398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 0 05-02
398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05-01
398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 0 04-30
398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04-30
398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 0 04-29
398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 04-29
398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4-28
398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 1 04-28
398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04-26
398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0 04-26
397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04-25
397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0 04-25
397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04-24
397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0 04-24
397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04-23
397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 0 04-23
397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0 04-23
397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0 04-22
397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 0 04-22
397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 0 04-21
396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4-21
396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04-21
396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 0 04-20
396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4-20
396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 04-20
396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4-20
396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0 04-19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