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 / 남길순
페이지 정보
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45회 작성일 18-08-02 03:01본문
백야 / 남길순
나와 같은 몸을 쓰는
또 다른 나와 마주칠 때가 있다
호텔에 누워 듣는 개 짖는 소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 소리를 듣는 것처럼
멀다
밤이 왔으나 죽지 못하는 태양
낮 동안
카프카의 무덤을 찾느라 묘지 몇 군대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카프카를 만났다
검은 묘비들이 살아돌아오는 밤
클라이맥스로 짖어대는 일순간
고요해지는 하늘을 본다
유대인 묘지 끄트머리쯤에
내가 찾는 카프카는 누워 있었다
그를 찾아야만 하는 간절한 이유라도 있는 듯
각혈하는 장미 한 송이 놓고
돌아설 때
한동안 잠잠하던 병이 도진다
이 불안의 시작이 어디인지
여름밤은 스핑크스처럼 창문 앞을 지키며
돌아가지 않는다
몸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소리는
밤새 끙끙거리며
곁에 누워있던 누군가 황망히 떠나간 것처럼
몸을 웅크리며 너는
이불을 둘둘 말고 있었다
지구의 한 귀퉁이
주소를 모르는 이곳에서
* 남길순 : 1962년 전남 순천 출생, 2012년 <시로여는 세상>으로 등단
또 다른 시 <달리기 새> 가 있슴
# 감상
白夜는 위도 48.5도 이상인 지역에서 여름 동안 밤에 해가 떠있는
현상인데, 노르웨이 최북단이나 핀란드 등에서 볼 수 있다
찾아야 할 간절한 이유도 없으면서 독일 출신 소설가 카프카의 무
덤을 찾아 해메다 유대인 묘지 끄트머리쯤에서 누어 있는 그의 무
덤에 붉은 장미 한 송이 놓고 돌아오는 등,
화자는 백야 현상이 일어나는 북유럽 어느 낮선 호텔에 누워서 낮선
외국에서의 고달픈 여정을 되뇌이면서 한 편의 시(백야)를 구상하고
있다
* 카프카 : 체코 출신의 독일 소설가(1883년 - 1924년)
유대인으로, 인간 존재의 부조리성을 초현실주의 수법으로
파헤쳐 현대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가 되었다
작품으로는 <변신> <아메리카> 등이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