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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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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풍선 / 김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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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31회 작성일 18-09-0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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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 김길나

 

 

 

 

     여기, 풍선이 있어요

 

     풍선은 하늘과 땅이 맞붙은 지평선들로 가득 / 파동치고 있어요

 

     달려온 두 마음이 지평선에 닿아 종소리로 떨고 있어요 / 그러나 종소리는 접혀져 들리지 않아요

 

     납작하게 접힌 구름 아래 수련은 연못을 마시고 / 수련 이전과 이후를 두릿거리다가 수련을 떠나갔어요

 

     지평선을 넘어가고 넘어온 내 만 년 고독을 / 접힌 창공이 눌러 놓았으나

 

     만 년 동안의 내 슬픔은 사랑으로 가지 못했고 / 사랑은 아직 태어나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누가 풍선을 불기 위해 푸른 날숨으로 오고 있군요

 

     막 안에서 시간이 팽창하고 우주 풍선이 부풀어 오르는데요

 

     펴진 강물이 휘늘어지는 버들가지를 적시고 / 점으로 떠돌던 새가 날개를 펴들어 풍선에 실려 날아가고 있군요

 

     어디로, 어디로 날아가는 걸까요? / 우주풍선의 막이 저토록 얇은 것이라면...... / 그러면, / 지금 여기는 풍선 안일까요 밖일까요

 

     밖이라면, / 이곳은 또 어느 우주일까요 / 꽃으로 펼쳐진 목련이 어리둥절해 제자리를 자꾸 두리번거려요

 

 

 

鵲巢感想文

     가을이다. 오늘 아침은 더욱 가을을 느꼈다. 우주 한 끝자락에 풍선 같은 지구에서 어느 한 국밥 집 평상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眺天則星光寫, 聆地則蟲音滿. 李子張燈於星光蟲音之中, 讀楚國之騷, 以洩秋氣

     眺, 바라보다 살피다. 사 베끼다. 령 듣다. 소 떠들다. 離騷(근심을 만남) 楚國 굴원屈原이 지은 (한시체의 하나) 설 퍼지다 훨훨날다, 예 퍼질

     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빛이 쏟아지고, 땅에 귀를 기울이면 벌레 소리 가득하다. 나는 별빛과 벌레 소리 가운데서 등불을 켜 들고 굴원의 이소離騷를 읽으면서 가을 기운을 덜어본다고 했다. 조선의 실학자 이덕무의 말이다.

     靑莊(이덕무의 호)은 굴원이 지은 이소를 읽으며 가을을 보냈다. 하나의 미물인 벌레도 세월 다 가고 있음을 느꼈던 가을에 정치적 모함에 의해 조국을 등지며 떠나야 했던 굴원의 글을 읽었다.

     시대는 바뀌었다만, 가을은 2천 년 전이나 2백 년 전이나 다름없는 계절을 우리는 맞보고 있는 셈이다.

     이 계절에 풍선을 본다. 풍선의 의미는 원시적이라고 보기에는 미끈하고 단순하기보다는 복잡하게 닿는다. 모성애를 담은 시어 같기도 하지만, 어떤 용기를 대변하기에는 적지 않은 미흡함이 있다.

     우리는 어떤 상상을 원하며 이 상상에 어떤 현실을 반영할 것인가! 온갖 만물이 번창하고 하루도 끊임없이 이는 소객騷客 속에 진정한 나를 찾는 것은 무엇인가?

     여기서 수련은 작가를 대변한다. 연못이 수련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수련이 연못을 마시고 그 이전과 이후를 두리번거리다가 수련을 떠나갔다고 했다. .

     우리는 자연을 그대로 베끼며 우리의 모습을 읽는다. 그러나 종소리는 접혀져 들리지 않아요. 접은 종소리는 들리지 않다고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뻔했다. 접힌 구름보다는 접은 구름이 낫고 접힌 창공보다는 접은 창공이 더 좋지 않을까! 납작하게 접힌 구름은 납작한 구름이 더 좋겠다. 반복적인 시어는 아니다만, 뜻은 중복되는 느낌이라 그렇다. 소통의 단절과 성찰의 미찰이다.

     풍선은 한 생명의 자궁이다. 날숨으로 오는 족장은 들숨으로 닿는 精氣를 느낄 때 생명의 구원이자 창조의 세계를 이끄는 원동력을 갖는다. 예측불허의 축구를 보는 것과 같다. 각본 없는 상상에 오직 이 가을을 이겨야겠다는 심념으로 툭 풍선을 읽는 것과 같다.

     초조, 불안, 불면증, 두려움 같은 것을 버리고 협력과 양보, 희생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조직력에 우리의 미래를 걸어야 한다.

     이제는 두리번거리지 말자.

     아름다운 풍선을 보면서 또 생각하면서 이 가을 이 하루를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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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길나 1996년 문학과 사회 가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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