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滴 / 김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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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98회 작성일 18-09-1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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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용

    -대추씨에 관한 小考

 

 

 

     마당에 서 있는 대추나무 한 그루, 가을이면 인심 좋은 후덕한 마음씨처럼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다. 과육이 달고 빛깔도 고와 이웃집 강아지까지 찾아 와 땅에 떨어진 대추를 물어가곤 한다. 그렇게 대추가 떨어진 자리, 미처 줍지 못해 흙에 묻힌 대추씨들이 이듬 해 봄이면 어김없이 싹을 틔워 올린다. 부드러운 풀잎처럼 생긴, 연초록의 어린 싹들.- 그러나 자라 오르면서 연하고 부드러운 어린 싹에는 푸르고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 그 줄기가 긁어지면서 가시는 누구의 손끝도 닿지 못하게 더욱 날카로워져, 마치 그 무엇의 손길도 거부하며 웅크린 야생의 발톱처럼 느껴진다.

 

     대체 저 후덕하고 마음씨 넉넉한 품을 가진 대추나무에서

     어떻게 이런 異種의 씨가 맺혀지는 것일까

 

     DNA를 뗐다 붙였다 하는 유전자 편집으로도 어쩌지 못할 것 같은, 저 자기에게로의

     회귀.-

     성형수술 된-, 접골된-, 혹은 이종교배 된-. 나무에서

     한사코 母川으로 되돌아가려는, 저 끈질긴 본능

 

     대추씨는 야물다. 쬐그만 것이 이빨로 깨물어도 자국도 안 남는다. 대체 저 단단한 것 속에는 어떤 고집이, 어떤 집요함이 들어 있기에, 자신의 유전자 형질 변경을 그토록 거부하고 있는 것일까

 

     예측 가능하게 예측 불가능한, 씨에서 보는

 

     저 떨어짐의 무거운 질량!

 

 

 

鵲巢感想文

     가을이다. 대추는 이제 푸르스름하다 못해 기어코 적갈색 띤 굵고 실한 열매를 가질 때다. 경산은 유독 대추 고장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어디를 가도 대추나무는 쉽게 볼 수 있으며 대추만 키우고 관리하는 단지만 해도 여러 곳이다. 그러니 대추는 쉽게 따먹을 수 있다. 하물며 동네 산책이나 조깅을 해도 축 늘어진 이웃집 대추나무는 흔히 보는 거라서 떨어진 거나 손이 닿는 곳은 동네 인심이다.

 

     梅花過臘如吾老 매화는 섣달을 넘기자 나처럼 늙었고

     生菜東風又一年 생채는 동풍이 불자 또 한 해 맞는다.

 

     조선 후기 순조에서 고종 때 대제학을 지낸 김상현의 시구다. 동풍은 봄바람을 일컫는다. 저 시구만 보아도 세월 무상함을 본다. 섣달로 비유한 것만 보아도 순식간에 흐른 시간을 느낄 만하고 생채에 그만 연하고 부드러운 어린 싹을 생각게 한다.

     싹을 틔우고 자라 굵고 실한 열매를 맺기까지 그 고단한 시간은 자연이다. 모천에 회귀다. 어린 순은 가시가 있고 접근하기 어려울 진정 다 자란 대추나무처럼 열매라도 맺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대추씨는 야물고 단단하다. 대추는 씨를 버리고 껍질을 먹는 대표 과수다. 이에 비해 커피는 표피를 버리고 씨를 먹는다. 그러나 이 야물고 단단한 대추씨에서 여리고 부드럽기까지 한 싹은 푸르고 날카로운 가시까지 돋았다. 한마디로 완벽을 향한 일련의 과정이다.

     다 큰 성수는 후덕하다. 대추만 해도 주렁주렁 열리니 후덕한 마음씨 가진 과수라 해도 되겠다.

     시제가 이다. 시인은 왜 적이라고 했을까? 뜻풀이 하자면 물방울이다. 물방울처럼 맑고 순수함을 표현한 것인가? 동음이의어로 적에 대한 또 다른 표현인가? 모든 유전자는 모천으로 향하는 회귀본능을 가진다.  즉 씨앗이다. 예전은 율격이었다면, 핵 같은 씨앗 떨어뜨림의 울림이다.

     인생도 마찬가지겠다. 젊을 때 아등바등한 삶이었다면 늙어 여유를 찾고 인생 되돌아보는 후덕한 삶을 이루어야겠다.

     성형 수술된, 접골 된, 혹은 이종교배 된, 나무에서 한사코 모천으로 되돌아가려는, 저 끈질긴 본능 그렇다. 씨앗은 그 어떤 변화에도 본능에 따르며 결국, 굵고 실한 열매를 매단다.

     접골이나 이종교배까지는 비약적이나 성형수술과 같은 민족 분단은 뼈아픈 일이다.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 옛 강성했던 고구려의 강역을 넘어 북방 개척 활로를 찾아 성성했던 우리 민족의 기상을 불러일으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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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용 1945년 부산 출생 1988년 현대시사상 작품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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