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뚝의 유전자 / 박무웅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말뚝의 유전자 / 박무웅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62회 작성일 18-10-10 23:13

본문

말뚝의 유전자 / 박무웅

 

 

 

 

     말뚝에 묶인 소는 온순하다 / 그깟, 힘 한번 쓰면 / 말뚝쯤은 단번에 쑥 뽑히겠지만 / 소는 그런 힘쓰지 않는다 / 소는 말뚝에 묶였을 때 / 비로소 쉴 수 있다는 것 알고 있다

 

     소에게는 여럿의 주인이 있다 / 여물을 주고, 등을 쓸어주고 / 엉덩이에 말라붙은 똥 딱지를 떼어주는 주인 / 그런 주인 말고도 / 코뚜레와 밧줄의 끝을 쥐는 손이라면 / 어린아이와 늙은이를 가리지 않지만 / 그중 가장 마음씨 좋은 주인은 / 말뚝이다 / 밭들이 뒤엎어지고 / 씨앗들의 파종기가 끝나면 / 소는 나른한 눈꺼풀을 즐기는 것이다

 

     사실 소는 저의 머리에 / 이미 두 개의 말뚝을 / 꽝꽝 박아놓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지 /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지 /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소는 그런 힘 / 함부로 쓰지 않는다

 

 

 

鵲巢感想文

     소와 말뚝은 대립각을 잘 이루었다. 말뚝처럼 앉아 소를 바라보고 있다. 참 온순하다. 거저 말뚝이 주인이라면 우스운 일이지만, 힘 한 번 쓰지 않고 끔뻑끔뻑 바라만 본다. 소의 주인은 여럿이다. 판본도 여럿 있어 장소 불문하고 시간까지 초월하여 밭을 경작한다. 정말이지 제대로 된 복제시대에 인세까지 누린다면 그 행복은 소겠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다. 스마트 폰 시대이자 접속의 시대에 단지 살아있는 소몰이에 불과하다. 그 새끼를 낳고 또 낳고

     여물을 주고 등을 쓸고 엉덩이에 말라붙은 똥 딱지까지 떼는 말뚝,

 

     세상은 바뀌었다. 문학의 접근도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나마 말뚝은 행복하다. 그러나 말뚝 없는 세상, 말뚝처럼 있고 싶어도 세상은 너무 빨라 말뚝 같은 우리는 불안하다. 말뚝도 없거니와 말뚝을 제대로 찾지 못한 소도 꽤 많다. 얼룩소까지 날뛰는 세상에 말뚝은 진정 말뚝이었으면 하는 바람까지 싹 쓸어갔다.

 

     밭을 제대로 경작하여 만인이 행복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제대로 경작하는 소는 과연 몇이나 될까? 경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우리의 소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어디에 박지 못한 채 말뚝은 오늘도 질질 끌며 행선지 하나 없이 치이고 있다.

 

 

     聞道詩人長十丈 시인의 키가 열 길이라 들었는데

     果然詩人長十丈 시인의 키가 과연 열 길이더라

     若不詩人長十丈 시인의 키가 열 길이 아니라면

     那能放糞此壁上 무슨 수로 이 벽 위에 똥을 싸서 뭉갰으랴

 

 

     가을에 / 鵲巢

 

     까투리한마리가 감나무앉아

     아주붉고질퍽한 대봉을쫀다

     감은익었나싶어 걸어가다가

     한옴큼찍다말고 퍼드덕난다


     산새도이리알고 와서쪼는데

     문향이차고넘쳐 절로흐르데

     어찌한생이짧고 쓸쓸함일까

     이가을애써흠뻑 앉아울어라

 

=============================

     박무웅 1995년 심상 등단

     漢詩 용등시화 62p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사행소곡 벽돌들 鵲巢 384p 正門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63건 2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11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 0 10-14
411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 0 10-06
4111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3 0 10-05
4110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0 0 10-04
410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 1 10-02
410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3 0 09-21
410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2 0 09-17
410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2 0 09-15
410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7 0 09-13
410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 0 09-09
410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 0 09-09
410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 0 09-09
410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0 09-09
41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 0 09-09
409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0 09-08
409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 0 09-07
409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 0 09-07
409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7 0 08-31
4095 온리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 0 08-27
409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0 08-24
409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 08-17
409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9 0 08-10
409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9 0 08-08
409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 0 08-04
408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 0 08-01
408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7 0 07-27
4087
신발 =장옥관 댓글+ 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 0 07-23
408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 0 07-20
408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4 0 07-13
408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6 0 07-07
408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 0 07-06
408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4 0 07-01
408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 0 07-01
408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 0 06-29
407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 0 06-28
407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 0 06-28
407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 0 06-27
407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 0 06-27
407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 0 06-26
407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0 06-26
407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 0 06-25
407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06-25
407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 0 06-23
407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 0 06-23
406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5 1 06-22
406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0 06-20
406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 0 06-20
406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0 06-19
406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 0 06-18
406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 0 06-1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