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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醉吟대취음 / 震默大師진묵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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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70회 작성일 18-11-16 21:19

본문

大醉吟대취음 / 震默大師진묵대사

 

 

 

 

     天衾地席山爲枕 月燭雲屛海作樽

     大醉遽然仍起舞 却嫌長袖掛崑崙

     천금지석산위침 월촉운병해작준

     대취거연잉기무 각혐장수괘곤륜

 

 

     하늘이 이불이요 땅은 돗자리 산은 배개로다

     달은 촛불이요 구름은 병풍, 바다는 술통삼아

     크게 취하여 벌떡 일어나 춤을 추다가

     긴 소매 곤륜산에 걸릴까 그게 걱정이네

 

 

     진묵대사(1563~ 1633)는 본명은 일옥(一玉). 진묵은 그의 법호(法號). 조선시대의 이름난 승려. 술 잘 마시고 무애행 잘하기로 유명하다. 청허휴정(淸虛休靜)의 법사(法嗣)이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기를 석가모니불의 소화신(小化身)이라고 했다.(네이버)

     시의 기개를 본다. 하늘이 이불이고 땅은 돗자리 산은 베개로 삼았다. 모두 직유다. 달은 촛불이고 구름은 병풍, 바다는 술통이다. 크게 취하고 벌떡 일어나 춤 한 번 추고 나니 다만, 긴 옷자락이 곤륜산에 걸릴까 그게 걱정이다.

     스님의 로 보기에는 좀 그렇다 싶을 정도로 호탕한 면을 볼 수 있다. 술통을 뜻하는 준은 한시에서 자주 보는 . 옛사람은 술을 참 좋아했다. 술 한 잔 마셔야 가 나왔다. 요즘 시인도 술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취한다는 것은 거기에 마음이 홀리는 것으로 매료다.

     취하는 것도 여러 가지가 있겠다. 그 어떤 것보다도 사람에 취하는 것만큼 이성을 잃는 것도 없다. 남자에 취하든 여자에 취하든 그것은 사랑이다. 그 하나에 매료魅了가 된다는 것은 나머지는 메마르다는 뜻이다. 한 가닥의 실만 존재하니까 나머지는 있으나마나다. 위험하기 짝이 없다. 하나만 의존하고 있다가 끊어지면 죽음도 불사한다. 그러므로 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취하고 취하면서도 다른 것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현명한 사람이다.

     취함은 술로 인한 것이지만, 시인 진묵은 하늘과 땅과 산과 달과 구름과 바다를 벗 삼았다. 입고 있는 긴 소매까지 신경을 썼다. 곤륜산에 소매 한 자락 걸칠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인생 한 평생 이리 놀다가더라도 뭐 하나 폐 끼친 것 없이 자연을 본 셈이다.

 

 

 

     낡은 서랍 가득 낡은 브래지어가 쌓여 있다

     어느 야산의 공동묘지처럼

     구슬피 쌓여 있는 봉분들

     제 명대로 세상을 누려보지 못하고

     어느새 황홀하게 망가진,

     가끔은 한없이 우스꽝스러운

     욕정의 쭉정이 같은 것들

     더 이상의 수치심도 없이

     거실 바닥이나 욕실 세면대 위에

     상스럽게 나앉아 있는

     한때 어떤 것은 에로틱한 우상이었다

     매력 없는 이 박색의 세상도 추근덕거려 보고 싶은

     그렇게 실제보다 몽상의 사이즈를 더 부플리는

     몽실몽실한 마력의 봉우리였다

     쾌락의 육질을 감싸 안은 황금빛 실루엣이었다

     이제는 터지고, 해지고, 뭉개진

     탄력의 감촉을 잃은 진무른 송장에 불과한 ,

     시골 어느 삼류화가의 싸구려 춘화처럼

     흥분시킬 그 어떤 상징도 메타포도 없이

     골방 구석지기에 천박한 자태로 누워 있는 흉물

     단 한 번도 희비의 오르가즘에 도달해 보지 못하고

     생매장당한 내 젊음의 불쾌한 흔적인

     저 젖무덤들,

     푹푹 썩어드는 저 황홀한 관짝들

 

                                                     -내 황홀한 묘지, 이기와 詩 全文-

 

 

     낡은 서랍과 낡은 브래지어가 있다. 이 낡은 것은 어떤 사물을 꾸미고 있다. 어느 사물을 형용하는 시어가 더나가 사람까지 낡고 헌 늙음까지 유추하는 작용을 한다. 물론 시는 마음이다. 마음은 지치고 정에 메말라 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공동묘지처럼, 봉분들, 황홀하게 망가진, 우스꽝스러운, 욕정의 쭉정이 같은 것들, 상스럽거나, 에로틱한 우상, 몽실몽실한 마력의 봉우리, 쾌락의 욕질, 황금빛 실루엣, 짓무른 송장에 불과한, 삼류화가의 싸구려 춘화처럼, 어떤 상징도 메타포도 없이, 희비의 오르가즘 한 번 없이, 불쾌한 흔적과 황홀한 관 짝은 모두 시를 직유 하거나 비유한 시어다. 시인은 시를 썼지만, 그 일상의 잔잔한 것에 우리는 마음이 애잔할 뿐이다. 나를 버릴 때, 시는 절대 완성의 미를 이룬다.

     시인 문혜진의 홍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대낮 같은 낯짝에다가 글 꾼들은 오늘도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는 밥이며, 붉어진 눈으로 홍어를 씹을 뿐이다. 이 섬섬한 죽음의 냄새, 내 몸 한가운데 불멸의 아귀 같은 홍어, 온갖 것 다 빨아들이는 이 아찔한 냄새 정말이지 이 아릿하고 쫄깃한 此岸은 무엇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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