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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花추화 / 査愼行 사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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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99회 작성일 18-11-20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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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花추화 / 査愼行 사신행

 

 

 

 

     雨後秋花到眼明 閒中扶杖繞階行

     畵工那識天然趣 傳粉調朱事寫生

     우후추화도안명 한중부장요계행

     화공나식천연취 전분조주사사생

 

 

     비가 갠 후 가을꽃(국화)이 눈에 밝게 이르네

     한가한 마음으로 지팡이 짚고 섬돌을 두루 걸으니

     화공이 어찌 자연이 취한 멋을 알 수 있으려만

     분 바르고 붉게 칠하니 일을 베낀다하여 살겠는가!

 

 

     부장扶杖은 도울 부 지팡이 장으로 지팡이 짚고 있는 상황을 말한다. 요계행繞階行은 섬돌 위를 두루 거닐어 보는 것이다. 나는 어찌 무엇 무엇하다는 말이다. 화공이 제아무리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하여도 천연 즉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 표현하지는 못한다. 전분조주傳粉調朱는 분 바르고 붉게 칠한다는 말이다. 전은 말하다 전하다는 뜻도 있지만 붙이는 뜻도 있다. 사사생事寫生은 일을 베껴 살 수 있는가로 반문하니 부질없는 일임을 강조한 셈이다.

 

 

 

     첫눈이라지만 먼지 같다 식당에서 나와 내리는 눈 맞는다 눈발은 혼자 먹는 밥알처럼 무덤덤하다 무량사 10킬로미터 표지판이 보인다 그곳에 가지 않을 것이다 춥지 않다 선물 받은 캐시미어 머풀러가 있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이 털들은 내 목덜미를 감싼다 몽골에 다녀온 친구는 산양의 털을 직접 깎아 봤다고 했다 나는 그 울음소리를 묻지 않았다 머리칼을 8년간 깎지 않았고 마음을 쏟지 않았다 1년에 한두 번은 기계나 가위로 속을 솎아내야 했을까 이 나라가 좋아 웃은 적 없지만 울게 될까 봐 마음을 간수하며 피부를 감쌌다 내 평온한 마음에 평원의 양은 혼자서 풀을 뜯었다 혼자 잠을 잤다 숲에 숨어 산다는 소문이 돌았다 나는 양털 같은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을 상상했다 아무에게도 속마음을 주지 않아서 누군가의 체온도 필요없이 양털은 잘 자랐다 눈 오는 밤에도 발목까지 8파운드의 파자마 같은 털이 덮여 있었다 나는 내 털에 덮여 눈길을 걸을 수 없었다 흰 털에 뒤덮여 내 눈동자는 보이지 않았다 너무 오래 털을 깎아 주지 않아서 제 양털에 파묻힌 양처럼 내 마음을 베어 내지 않았다 나는 빠져나간 양의 털처럼 차분히 쏟아지는 눈 속에 하얗게 있다

 

                                                                                          -눈 오는 날, 김이듬 詩 全文-

 

 

     언어는 언제 태동했을까? 인류가 나고 수만 년간 진화를 거듭한 후, 구석기시대가 도래했을 때는 어떤 언어를 사용했을까? 지금의 언어와는 또 어떤 차이가 있으며 그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 언어를 표현한 문자는 또 언제 났으며 어떻게 진화되어왔나?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언어,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말은 1차적이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어디서 자고 누구를 사귀는 것과 어떤 말을 했는지, 단순한 말에서 복잡 다양하게 분화한 문자를 우리는 늘 대하고 있다. 시는 고차원적인 언어다. 하지만, 이 수준 높은 말에도 원초적이며 감각적인 것에 매료가 될 때가 있다. 시인 김이듬의 시는 여성의 처지에서 우리의 언어를 잘 대변한다.

     첫눈이라지만 먼지 같다. 눈은 동음이의어의 대표적 문자다. 눈발은 혼자 먹는 밥알처럼 무덤덤하다. 가끔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서도 사각지대가 있음을 느낀다. 나는 외로웠다는 단순한 말 한마디에도 그 뒷면이 보이니까? 몽골에 다녀온 친구는 산양의 털을 직접 깎아 봤다고 했다. 나는 그 울음소리를 묻지 않았다. 털은 피부에서 나는 가늘고 긴 실모양의 그것이라면 털은 내 마음을 덮는 하나의 실오라기다. 머리칼을 8년간 깎지 않았다. 즉 마음을 쏟지 않았다. 이 나라는 영 불경기다. 누구나 손쉽게 양의 털을 깎듯 그렇게 내 마음도 풀었으면 좋겠다. 혼자서 풀을 뜯었다. 혼자서 잠을 잤고 숲에 숨어 산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양털 같은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을 상상했다.

     인간은 오랫동안 식량을 자급자족했다. 밀과 옥수수, 벼 등은 그 중요성을 인식하여 재배하고 널리 보급했다. 그러나 떡갈나무나 도토리 같은 것을 경작했다는 말은 잘 듣지 못했다. 하지만, 아쉬울 때는 이것들도 생각나는 법이며 도토리 묵 같은 것을 가을에는 해먹기도 한다. 시인이라면 파도처럼 밀려오는 해변에 설 수 있어야 하며 그 표상은 군중의 대변이자 깃대며 잣대다. 우리가 익히 잊을 수 없는 말들이 있다. 가령 누가 전화를 했다고 치자. 작소야 니 지금 뭐 하노? 네 형님 딸딸이 치고 있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딸딸이를 무엇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오감은 달라진다. 단순한 언어에서 나오는 그 분화는 매운 순결하다.

     하루는 위험한 패밀리라는 영화를 본 적 있다. 이 영화에서 보스가 하는 말이 재밌었다. ‘망할’ fucker 한 마디로 모든 걸 표현했다. 가령, 젠장 내가 뭔 짓을 한 거야, 파스타 맛있네, 복수할 거야라는 뜻도 망할이라고 하면 다 통했다. 마치 우리나라 전라도식 표현을 하자면 거시기다.

     그러나 양털은 오늘도 자랐다. 나는 내 털에 덮여 눈길을 걸을 수 없을 지경이다. 흰 털에 온통 뒤덮여 내 눈동자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빠져나간 양의 털처럼 차분히 쏟아지는 눈 속에 하얗게 있다. 시인 김이듬의 시 눈 오는 날은 마음을 한 가닥 털(그러니까 여기서는 특정한 마음이다)로 비유한 것과 동음이의어를 적절히 배합한 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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