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문학들> 신인상 당선작 > 공모전 당선작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공모전 당선작

  • HOME
  • 문학가 산책
  • 공모전 당선작

        (관리자 전용)

 ☞ 舊. 공모전 당선작

 

주요 언론이나 중견문예지의 문학공모전 수상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2017년 <문학들> 신인상 당선작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38회 작성일 17-08-08 09:50

본문

 

물의 북(鼓) (外 2편)

 

   전 결

 

 

 

소금쟁이가 웅덩이에 떠 있다

죽은 듯 있다

산 것이 산 채로 꼼짝도 않을 때

그것은 집중(集中)

발이 딛고 선 곳을 두드리는 순간

잠잠하던 물이 안테나를 펼쳤다

떨림은 울림에서 피어난다

벌레 한 마리 물 위를 지났을 뿐인데

기슭의 잎이 흔들리는 건

물의 입에서 피어난 떨림이

나무의 귀에 닿았기 때문

나무는 꼼짝 않고 귀 기울이고 있었을 것이다

테두리가 테두리를 미는 힘으로

나이테는 겹을 늘리고

겹겹의 결 한가운데 흔들리는 울음

물의 무늬를 새겼을 것이다

나무의 심연에서 일어선 소리의 결이

사방으로 퍼져나갈 때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열리는 눈과 귀는 안테나다

고요에서 일어서는 것의 무늬는 왜 둥근가

소금쟁이 한 마리 지나간 자리

북이 울고 있다

 

 

 

부드러운 추락

 

 

 

아침저녁 드나드는 골목 담벼락 위

못 보던 넝쿨, 내려왔다

내려온다는 것은 몸이 낮은 곳으로 임한다는 것

누군가 한껏 뒤꿈치 들고

너머를 그리워한 적 있다는 고백

높은 곳 올라서서 굽어본다는 말보다

너머를 사랑한다는 말

더 뜨겁다

돌멩이에 실을 매달아 다리를 놓는 걸 본 적 있다

맞닿은 곳 없는 두 벼랑 사이

처음 돌멩이가 건너고, 실이 따라가고

길이 들어서는 것 지켜본 적 있다

짐작이나 했겠는가, 내던지듯 묻어두고

잊어버린 씨앗 몇

사방 콘크리트 막힌 난간 위

터 잡고 뿌리 내려 밭을 이루었다

첫사랑, 첫걸음, 첫술

첫 자(字) 달린 소리 들으면 소주 한 병 들이켠 듯 후끈하다

외지고 막다를 곳

누군가 길을 내고 이정표를 세워 너머를 가리킨다는 것

껍질을 깬 씨앗이 싹을 올리는 일도

생애 가장 눈부신 소통을 위하여

바닥을 쳤던 밤의 기억을 뿌리에 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이즈음 만나는 것들의 허리

부드럽고 느리게 굽는다

그리움을 가진 것들의 등뼈,

너머 쪽으로 휜다

 

 

 

적설(積雪)

 

 

 

다시 눈발이 굵어지기 시작했을 때

하필 발목이 삐끗했는지 모른다, 다만

골목 어귀에서부터 이어진 발자국이

엑스레이에 찍힌 뼈마디 같다는 생각 때문에

나는 겨울을 지나는 자작나무 숲

밑둥치를 뽀득뽀득 씻기고 싶었던 것인데

올해 가장 따듯했던 뉴스는

뒤늦게 꽃을 본 남쪽 대밭 소식이었다고

내일 사라져도 좋아, 지금이라도

아무 신발이나 문을 열고 들어와

바닥에 탁, 탁, 눈을 털어 주면 좋겠다고

겹겹 붕대를 두른다

삼동(三冬)이 빗장을 풀 때까지

골목의 집들은 쌓이는 눈에 대해 함구하고

가루약이 다 떨어질 때까지

편지는 배달되지 않을 것이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284건 1 페이지
공모전 당선작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8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1 04-11
28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1 04-11
28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 1 04-02
28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1 04-02
2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1 04-02
2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 1 03-27
2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1 03-27
2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1 03-27
2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1 03-27
2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1 03-27
2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 1 03-13
2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1 03-13
2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1 03-11
2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 1 03-11
2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1 03-11
26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1 03-11
26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1 03-11
26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1 03-08
26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 1 03-08
26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1 03-08
26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 1 03-08
26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 1 03-08
26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1 03-08
2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1 03-08
26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 1 02-07
2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0 1 01-31
25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8 1 01-31
25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1 1 01-31
25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0 1 01-31
25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4 1 01-31
25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8 1 01-24
25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7 1 01-24
25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6 1 01-24
25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3 1 01-24
25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5 1 01-20
24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6 1 01-15
24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2 1 01-15
24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2 1 01-15
2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0 1 01-15
2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6 1 01-15
2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5 1 01-15
2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9 1 01-15
2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1 1 01-15
2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7 1 01-15
2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4 1 01-15
2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 1 01-15
23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 1 01-15
2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6 1 01-11
2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5 1 01-11
2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7 1 01-1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