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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새 한 마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483회 작성일 20-12-16 09:14

본문



거대한 새 한 마리 


석촌 정금용




너무 커 놓친 새가 날아왔다

잡으려다 잡힐 뻔한 지래 겁부터 난 새가 다시 돌아왔다


차지한 가지 끝 눈꽃에 맺힌    

꿀을 찾다 향을 찾다 시원치 않았는지 신통치 않았는지,

기척에 놀라 열어본 현관 틈을 비집고 들어 곯은 배를 채우러 쪼아대는 그 뾰족 새는 

크나큰 날개를 퍼득여 냉기를 쏟아 어디 견뎌보라는 듯 극지에서 부화한 따스한 터를 찾아 시베리아 건너느라 

야생에 길든 북극 곰에 다르잖은 누구도 길들일 수 없는 들새였다 


쫓을 셈으로, 보일러 속에 감춰놓은 불꽃을 꺼내드니

시린 격자무늬 들창에 옮겨붙어 냉랭한 눈빛 부리로 체온을 즐겨 빼앗아

가둬 기를 엄두가 나지 않는 바람보다 큰, 새를 억지로 떠안아, 되려 온기 속에 갇힌 새가 되어 놓아기를 밖인 

 

언 땅을 밀쳐 올린 복수초가 부를 때까지, 방안을 둥지 삼아

계절과 계절을 잇는 소멸의 깊은 골짜기를 향해 날아갈, 파헤친 어둠에 묻혀 

이불귀를 물고 헤집는 큰 새 한 마리  






댓글목록

최경순s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경순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실직자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직업의 형태 바뀌고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재택근무, 실직자들의
집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내적 갈등을 느끼는
거대한 새 한 마리로 잘 표현하신 것 같습니다
1년이 막막하였고
또 1년이 막막하여 우울할 것 깉습니다
석촌 시인님 오랫만에 뵙니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꾸준히 창작활동 하시는 것 보니 아주 보기가 좋습니다
저는 길을 잃고 방황만 하고 있습니다 ㅋ
저로서는 물론 바쁘다는 핑계가 적합하겠죠
열심 살려했으나 벽에 자주 부딪칩니다
코로나가 무섭긴 무서운가 봅니다
싁촌 시인님도 코로나 그 놈을 조심하십시오
아주 무서운 놈입니다
어쨋든 반갑습니다 건필하시고요,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격조한 세월을 건너오셨습니다, 따스한 언급에 감사드립니다, 한기寒氣라 불리는
이불 앞에 도사린 그 새에 물리지 않도록 강녕하시옵기를 ㅎㅎ

미상님의 댓글

profile_image 미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최경순 시인님 참으로 날카롭네요
저는 자녀를 새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자리가 없는 자녀말이죠
웬수덩어리지만 언젠가 부모를 날개로 감싸안을 새요
새가 누구를 비유하는지 모르지만
좋은 하루되세요
고맙습니다^^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살펴주신 그 소재도 알토란 같겠습니다, 영원한 숙제이면서도 놓칠 수 없는 그 새,
혹한 대신 온기 스민 아랫목 같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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