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또라이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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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루터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20회 작성일 23-04-25 09:53본문
또라이는 돌의 후예다
채석장에서 정 맞은 바위
아무도 그를 받아 주지 않았다
정이 뚫고 지나간 상처를 부여잡고
여울목에 뛰어들었다
나라님도 앉을 곳을 잃으면 서지 못하는 법
산천어 이게 웬 떡 넙죽 입에 물었다
돌도 굴러야 산다 물처럼
한 번도 꺾이지 않은 뼈대
이리저리 굴렸다 좌충우돌 부딪혔다
종으로 부리던 돌더미 되레 길을 막아선다
물 흐름이 잔잔해지는가 싶더니 진흙 펄이다
냅다 몸을 숨겼다 얼굴에 진흙을 덧칠했다
고추잠자리 날아들었다
나라님이 승하하셨다고
장안이 발칵 뒤집혔다고
내일이면 장사 치른다고
자맥질하며 곡을 한다
진흙은 돌이 참선하는 곳
물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 달 구르는 소리
돌은 소리를 들으며 돌의 의미를 깨닫는다
-어, 처음 보는 애네, 너 이름이 뭐니?
...
-왜 대답 안 해? 너 어디서 왔니?
응, 나? 이름 몰라. 고향도 몰라, 다섯 살 때 부모를 잃었거든
-그렇구나, 우리 친구 먹자, 내 이름은 돌아이야, 돌에 사는 아이
그래, 잘 지내자, 날 그냥 또라이라고 불러줘. 또 돌아이라는 뜻으로
-또라이 반갑다. 여기서는 나라님도 또라이라고 불러
그래? 왜?
-우리를 진흙탕에서 구해주기를 바랐는데, 정작 나라님이 진흙탕 싸움 대장이거든
두건을 두른 그가 넓죽하게 생긴 돌아이 형을 캐어갔다
달빛이 은은한 날 정을 별러
각을 세우고 탑 기단을 만들었다
잘려 나간 형의 몸뚱어리는 수습하여 담으로 쌓였다
담에서 담쟁이가 자라고 밤이면 별이 울다 갔다
바람이 더는 탑을 넘보지 않았다
가을 한 철 바람이
댓잎의 이슬을 갉고 있다
댓글목록
삼생이님의 댓글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위 2편의 시를 읽어 보았는데 이 시를 읽으니 해답을 찾았습니다.
역시 소설을 쓰시는 분 이었군요. 소설 쓰시는 분은 시도 잘 써요.
놀랍습니다.
소설에도 상당한 재능이 있으세요. 아니 이미 프로 시겠지만..
그루터기님의 댓글의 댓글
그루터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필 가는 대로 글이 따라 소실점으로 가고 있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