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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당 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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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297회 작성일 23-05-05 20:05

본문

오십이 넘었다는 우리 동네 바보는 십년 째 같은 장난만 되풀이 한다 

손바닥으로 내 눈을 가리고 보여줄 듯 말듯 들썩이는데 아무것도 없다

거대한 밤송이처럼 눈을 찔러대는 태양 뿐이다.

빌어먹을, 

늦은 밤에도 그 바보는 손바닥으로 내 눈을 가리는데

손바닥 사이로 다 보이는 것은 별들 뿐이다

다이아반지나, 지폐 꽃다발이나 보여줄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장난인데

오십이 넘었다는 우리 동네 바보는 그러면서 손바닥이 달달 떨린다

빌어먹을

그 동네 바보, 가을이 깊어지는데

온통 주홍빛 물집이 더덕더덕 잡혔길래 물었더니

해를 따주려고 그랬단다

그 동네 바보, 겨울이 깊어지는데

뼈만 남은 손에 별이 총총

수십 광년 너머 손을 뻗었더니 뼈만 남았단다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랜만에 내어놓으신 시 ,
즐거웁게 읽었습니다.
기실, 바보와 시인은 닮아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아무도 생각지 않는,
가리키지 않는 별과 해를 향해
손과  마음을 뻗어가며 사니 말이죠.
빌어먹을, 빌어먹을,
이 또한 삶이니 어쩌겠습니까.
공감의 마음 도장 꾸욱 눌러 드리고 갑니다.

싣딤나무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너덜길님! 비가 많이 옵니다. 또 오랫만에 인사 할 수 있어서 그저 좋습니다.

시가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겠습니까?

반평생 데리고 산 마누라가 이쁘면 어떻고, 못나면 어떻습니까?
남 보기엔 꿔다논 보릿자루 같고, 할로윈 데이 호박에 구멍 뚫어 놓은 것 같아도
나한테 잘하고 나 좋으면 되지,

아직도 이 마을에 잔칫날마다 시비거는 일가친척이 있는것이 어쩌면
정겹네요. 다들 잘 계시지요?

싣딤나무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고나님!  똑똑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에 똑똑해지기는 쉬운데
바보로 살기 진짜 힘들어요. 바보 비전향수들이 시를 많이 쓰고 있더라구요.
올 여름도 잘 보내세요. 더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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