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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앉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13회 작성일 24-03-15 19:13

본문

        - 의자에 앉아 -

 

바다를 힘없이 바라보는 의자

바람에 허리가 꺾인 파라솔 밑에

다리를 후들후들 떨고

아직도 엉덩이를 가슴에 품으려는 욕심은 남아있고

몸은 푸석푸석 사그라지고 있을 때

중심을 붙들고 있으려는 의자

바람이 허리를 스치기만 했는데 삐걱거리고 있다

허리가 굽은 채로 미소를 담으며 앉아

대못으로 몸을 지탱하고 있는 관절

허리 휜 대못이 기절하려 한다

익숙해져 있는 삐딱한 자세

다리를 꼬지 않고서도 여유가 있다

처음엔 딱 벌어진 등을 지닌 사내처럼 보였고

당당하고 뚝심 있어 반듯한 모습을 유지하려는 의지

수많은 엉덩이의 몽타주를 소유한 채

몸의 살점을 세월에게 조금씩 반납을 하고

지금은 관절염을 앓는 노인 같아도

의지가 강하고, 다리를 꿋꿋하게 세우고 있다

주인 없이 허물어져가는 가게 홀로 남아

바다가 안겨주는 파도소리를 품으며

기울어가는 몸을 달래가면서 미소 짓는

아직도 수다 떠는 엉덩이들을 자식처럼 여기고 있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지막 노을 같은 것을 기억하면서 홀로 늙어가는 의자,
모국어에 상처 입은 가슴이나 외면 당한 가슴을 침묵으로 끌어안는 의자가
고단한 지상의 순례자에게 안식을 주는 듯 합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전에 해수욕장을 간적이 있는데 낡은 의자에 앉아 있다가 의자가 자꾸 흐느
껴 하는 것 같고 조금만 움직여도 삐그덕 소리를 내더군요.
아주 오래된 의자 지만 여전히 사람을 반기는 것 같더군요.
예전 시라 완성도가 떨어지는데 잘 감상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귀한걸음 감사드려요.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웬일인지, 그 엿날, 조미미씨의
바다가 육지라면 이별은 없었을 것이라던
그 애절하던 노래가 떠오릅니다.

누군가 떠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낡고 너덜해진
빈 의자...
삶을 짊어진 장삼이사의 모습을 오버랩 시킨
알레고리 기법이 돋보이는 좋은 시 고맙게 감상합니다.
이장희 시인님~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부모님 두분 고향이 바닷가를 끼고 있어요.
매년 바닷가를 가곤 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조미미씨 바다가 육지라면 참 좋은 노래죠.
님을 기다리는 의자 같았어요.
시인님 고향도 바닷가가 있나요? ㅎㅎ
어머니가 가끔 바닷가 얘기를 해주세요.
제밌고 나도 어릴적 바닷가가 놀이터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귀한걸음 감사드려요.
늘 건필하소서, 창가에핀석류꽃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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