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긴 고기 씹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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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5회 작성일 24-03-18 18:57본문
질긴 고기 씹는 맛 / 김 재 숙
먼지 털고
혼자 오라 했건만
질긴 살점이 축 늘어진 주름사이로 그만의 존재를
맘껏 드러냈다
그늘에서 그늘로 밀려가는
눈가를 마스크 워크로 촬영하는 날
어제의 너와 훗날의 우울함이 한 화면에 갇힌 이 초초함을
텅 빈 풍만함이 끝맺음 할 수 있게
앵글이 더 멀어지는 쪽에
무심한 단역을 세워두고
허무가 시간의 무개화차에 실려
더 비틀거리는 레일 위로 떠가는
배꼽처럼 튀어나온 쭈글쭈글한 기억이
발아기 눈 뜬 그 때의 희망을 움켜 쥐고
손가락 사이로 웅크린 어둠이
그늘로 기어오르는 뜰 안에서
아픈 봄의 발자국을 배웅하는
더 간절해지는 설레임 때문에
난 숨을 쉴 수 없다네
무기명으로 적어둔 희망이 빈 자궁에서
시간에 걸려 넘어진 완경기를 벗어던지고
길 밖을 달리는 순간 알았다네
질긴 고기의 냄새가 나라는 것을
끊긴 건 완경이 아니라 꺼져가는 마음의 소리로
뭉개지는 허무의 맛이라는 것을
모래시계 잘록한 허리에
살맛이 헐거워 아픈 날에도
마른 꽃은 간단없이 피려나.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쩌면 삶은 영사기에서 돌아가는
필름속의 활동사진의 배역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주어진 역에 따라 때로는 씹기 싫어도
질긴 고기 씹는 맛을 느껴야 할 때도 있겠지요.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늘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