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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를 마시며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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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29회 작성일 18-03-05 10:02

본문

소주를 마시며 14



서로 닮은

친구와 마주 앉아

옥죄는 현실을 쓰디쓴 변주곡으로

서로 통한다는 마음을

거나하게 술 가락에 얹어

장단을 맞추고 있다

후미진 구석에서

지병처럼 소주 뚜껑을 비틀어 

허기를 채우는 묘약의 우애

헐한 삯으로 인생의 경기장을 뛰며

미로를 헤매는 고달픈 가난뱅이 지갑과

아득한 신기루 찾는 외톨이

나를 부려 먹이로 삼는 품삯

일에 지쳐 무너져가고

사금파리 삶으로

남은 것은 진땀과 목덜미를 잡는 가난이다

미안하다

우린 통속적인 서글픈 옛노래 맞춰

무위를 마름질하며 맥없이 어깨를 걸고

황량한 희생자들의 고삐 없는 근성으로

몽상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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