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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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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6회 작성일 18-06-10 00:30

본문


검은 연기 내뿜는 기다란 굴뚝은
아니 때어도 검댕투성이 속을 연신 게워낸다

인간의 하늘에는 대적할 것이 필요하다
붓과 펜으로 그려낸 이데아의 일부는
허여멀건 紙面 위를 벗어나
사유 없이 地面에 제 힘으로 걷는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작업이다

주문이 들어왔으니 먼저 비늘 갑주를
그 다음은 삐죽빼죽한 이빨을
서슬 퍼런 손발톱과 철퇴같은 꼬리도
이리저리 다 갖다 붙이고 나면
마지막은 바람을 불어넣고 저 흐리멍텅한 하늘
그 위에 두둥실 띄워놓고 기다리는 것이다

주욱 지켜보자
여남은 과정은 언덕 너머 양들이 겁을 먹느냐
먹고서 지레 놀라 뭉치고 창과 칼을 드느냐
놀라 뭉친 것이 점차 제 성질을 돋우느냐
그래봤자 창끝 칼끝은 하늘에 닿지도 않으니
단지 모여서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부들부들
떠는 모양이 땅을 흔들면
더할 나위 없는 대성공에 지갑만이 두둑하다

그러나 누가 알랴마는
톡 터지면 피시시 사라질 괴상망측한 것
그래도 그 본은 인간을 본뜬 것이었으되
공장에서 나고 자란 것이 화근이라!
그려진 존재가 두 발로 땅을 디딘 순간부터
더 이상 닮은 것으로서도 있을 수가 없어졌으니
이대로 죽거나
아니면 진짜가 되거나 뿐

검은 연기 내뿜는 기다란 굴뚝은
아니 때어도 검댕투성이 속을 하염없이 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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