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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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9건 조회 410회 작성일 18-09-16 09:04본문
아침부터 가을비가 내렸다.
아무것도 제대로 적시지 못하고
겨우 내 방 창문 앞에 찾아와 똑! 똑! 두들기는 것이었다.
투명한 얼룩이
눈 앞 한가득 유리창을 뭉개버리고 있었다.
창 밖 거리에 누군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외로운 가을섬처럼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찬 빗물에 옷속까지 젖고 있었다.
눈시울 뜨거워져오는 가을비에
그는 청록빛으로 형체가 뭉개지고 있었다.
나는 몸이 아팠다.
한때 그 간절했던 것이,
유리창의 얼룩 되어 땅바닥으로 떨어지며 툭 툭 희미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내 듣고 싶었던 말이 있었지만,
가을비는 끝내 굳게 입 다물며 멀리 멀리 흘러갔다.
나는 유리창 바깥으로 가지 못했고
너는 이 안으로 들어오려하지 않았다.
얼굴 가린 우리는,
넘어설 수 없는 투명함에 의해 가로막혀 있는 것이구나.
내가 아무리 해도 다가갈 수 없는 간절함이
하루 종일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거기 서 있었다.
우두커니 나를 바라본다.
너, 다시 돌아올까?
청록빛 침묵으로 내 방 유리창을 씻어내리고 있는 가을비.
너, 돌아올까? 언젠가 가을비에 말갛게 씻긴 손으로
그 쓸쓸한 미소 다시 지으며.
먼 바다로 떠나갔던 섬 하나가
단풍비 맞으며 다시 돌아오듯이.
젖은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까지
내 심장에 닿으러.
유리창 바깥은 점점 더 거세게 내리는 가을비로
어듭고 조용해져 갔다.
유리창을 떠나지 못하고
하루종일 나는 자꾸만 창밖을 내다본다.
댓글목록
꿈길따라님의 댓글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비 여기 저기서 내리나 봅니다.
봄비는 생명을 소생케 하여 소망 주나
가을비는 가마솥 같은 한여름의 열기
식혀주기에 마음의 평정 주며 한 해를
다시 한 번 되 돌아 보게 하고 있기에
결실에 대한 애착으로 돌진하게 해요
꿈길따라님의 댓글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른비와 늦은 비 통해 그 씀씀이로
각기 제 몫을 자연 속에 하는 것처럼
가을비 역시 인간의 심신을 달래주며
내게 한걸음 씩 다가오라 손짓하네요
가을은 인간 모두에게 생각 좀 하라고
사색의 길로 한 걸음 다가서게 합니다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제 밤 새 내린 가을비 자국을 보고 또 꿈길따라님 시를 보고 하니, 아주 감정적으로 진~~한 시를 써보고 싶어졌네요.
한때 아주 간절했던 그것이 가을비를 타고 와서 내 창을 두드립니다.
꿈길따라님의 댓글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에게는 사계절 오감 통해 시어 낚아 채어
가슴에 품고 인고의 숲을 지나 아름답게 한 송이의
시가 세상 속에 휘날리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시인에게서 가을은 시가 쏟아지는 계절입니다
옛 추억의 물결 스미어 속삭이는 사랑의 미로속에
들판의 온갖 실한 열매를 바구니에 주어 담듯
가을 속에 농부가 되어서 혹은 가을 나그네로
탈바꿈 하여 시의 세계로 들어가는 시인의 계절이라
시상이 떠 오르면 때를 놓치지 말고 써야합니다
시상 떠 오르는 장면을 핸드폰으로 사진 찍거나
말로 녹음해 저장하면서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내 것이 될 수 없고 조금 후에 쓰려고 하면 못 쓰죠
꿈길따라님의 댓글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이 가을! 활화산으로 불타오르는 심연속에
피어나는 시상마다 날개 타고 날아보는 마음이고파
창세로 이어지는 밤 깊은 밤 홀로 씨름 합니다
한 송이 멋진 시 마음 속에 곱게 피어난 그 향기
이 가을 들판의 향그러움으로 버무려 가을 연서 써
그대에게 보내고 싶은 한 편의 향기롬 이고 픕니다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 시보다 꿈길따라님의 댓글이 더 시 같네요^^
오랜 체험에서 온 꿈길따라님의 조언 감사합니다.
꿈길따라님의 댓글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 시는 그저 [서정시]고 [자운영꽃부리]님의 시는
[수필시] 저 마다의 특색이 있고 장 단점이 있지요.
하니 시상이 떠 오르는 대로 쓰시다 보면 때로는
[서정시]로 글이 써 질 때도 있고 저 역시 [수필시]
써 질때도 있답니다. [자운영꽃부리]의 시나 제 시
누군가에게 힐링되는 시 된다면 감사한 일이지요.
꿈길따라님의 댓글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들어 마음 속에 짐이 있습니다. 퇴고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러다 시가 책으로 엮어지지도 못하고 사장 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으로.
시창작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으로 시를 쓰는 것! 특히 제가 LA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어떤 계절의 변화가 없어 [무늬만 시인]으로 사는 곳이라 상상력이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눈 시력의 문제로 쓴 시를 제대로 보기가 어려워 퇴고 하는 것이 차라리 시를 한 편 더 쓰는 게 훨씬 쉽겠다 싶어 완성도에 늘 연연하는 심적 부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훗날에 퇴고하려고 시를 읽어보면 눈에 비문증으로 시 자체를 보고 싶지도 않거나 이런 걸 시라도 썼나 싶기도 하곤 하죠. 하여 퇴고를 하다보면 초고 보다 더 퇴고가 엉망이 되는 경우도 있어 철자만 확인 합니다. 가끔 상상력과 퇴고력이 뛰어 나다면 얼마나 좋을까 !! 그런 욕심을 가져 봅니다.
꿈길따라님의 댓글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음 기회에 글을 계속 연결 시켜 보겠습니다.
오늘은 제게 아버님 댁에서 늦게 왔습니다.
내일부터 목요일까지 아버지댁과 제게 일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