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구름의 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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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64회 작성일 18-09-16 09:17본문
낯익은 구름의 처소 / 테울
등 굽은 무릎의 해발로 걸어 족히 만보를 오르면 저기에 닿을 수 있을까
고지라야 고작 1950미터 근처라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아마도 지금쯤 저 안엔 구천을 떠돌던 내 할머니가 천기를 품고 머무르고 계실 터
젊은 서방 식민의 저승으로 일찍 보내시고 존경하던 시아비마저 무자년의 이승에서 내쫓기시고 이윽고 벌어진 동란에 그나마 믿었던 큰아들조차 끝내 막내딸년까지 성급히 잃어버리신, 이후에도 하고많은 사연 어느덧으로 흘려버린 전 세기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스물 대여섯 해 전,
평생 거들떠보지도 않는 아들의 집이겠지만 내리 과부 같은 며느리 울타리에서 잠시 나와 바깥을 싸돌아댕기기조차 바쁜
손자의 집으로 그 손자며느리 텃밭으로 근심의 잡초를 뽑으려 오셨었다
하필이면 그날이 휴일, 우리 집엔 변비 같은 먹구름이 잔뜩 끼었었다
사연인 즉, 볼일 보러 행차하신 할머니 소식이 묘연해지자
무릅쓴 실례가 슬쩍 열어보았다, 순간
우~ 이건 대체 무슨 변인가싶던,
당신의 머리로 맞댄 변기로 정성껏 주워 담으시던 것들
훗날에야 겨우 구수한 당신의 변이었나싶던,
집안에 주검 같은 내가 온통 저기압으로 휩싸이던 날
나도 모른 쏘나길 설사처럼 왈칵 쏟아버리던,
결국은 전직이 간호사인 착한 내 처가
구석구석 씻겨드렸지만
그럭저럭 한 세기를 훌쩍 하수체로 흘려버린 지금, 타고난 배설의 성질머리가 갈긴 내 똥 같은
詩, 꿀꺽 도로 삼키고 있다, 이왕이면 푹 묵힌 변비가 훨 났겠다며
오늘 같은 날, 치매처럼 말을 잃은 저 거처로 어느 울음 같은 한
오래 묵힌 시어처럼 웅크리고 계시겠다
그날의 몹쓸 상판대길 근심처럼 묵묵히 쳐다만 보시던
나의 우울한 어머니 같은 모습
할머니 초상肖像으로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홧김의 술시 / 테울
난 지금 술로 화를 삼키고 있습니다
시마을의 댓글들을 살피다가
또라이가 맞는 표현인지
돌아이가 맞는 묘사인지
마구 헷갈리다
나도 지금 헷까닥해부렀슴다
완죤
흥미가 진진하다 못해
징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