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의 단상,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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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2건 조회 367회 작성일 18-10-20 14:28본문
우암의 단상, 그리고 나
스펙트럼
화양 문 너머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서서
우암의 사당“만동묘” 앞에 걸음을 멈추고
나는 그에게, 아직도
당신의 선택에 후회함이 없냐고 물어보니
그가 내게 잔잔한 바람되어 말을 건넨다.
자기 죄는 감히 임금을 열 받게 한 죄, 라고
하여, 신독‘身毒’을 사명으로 알고
사약을 순순히 들이키며
자신의 우국충정이
죄가 될 수 없는
조선 멸망의 원인이란 모함에 침묵하였다, 고
그때와 별반 다른 것 없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침묵’이 무기, 라고
약자가 된 세계에서는
모든 것은 예정되었고 바꿀 수도 없으니
그냥 감은 눈덩이로 자신의 삶이나 살피라,고
책 읽듯이 세상에자(刺)'를 들이대지 말라,고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신발을 신고 사는 것이다,라고
뒤 돌아보면 지우개처럼 자신의 삶을 던져서
타인의 허물을 지워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안경 낀 올빼미라고 늘 모양 빠지게
석양에 날아다니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라며
우암에게 반문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책 네 권을 짊어진 노새 한 마리가
짚신을 신고 저벅저벅 걸어가며
새하얀 개를 지나쳐서
나풀나풀 날아가
숨어 버린 하얀 나비를 찾고 있는데
그의 눈은 잿빛 하늘가에 닿아 있었다.
나는 흐르는 계곡물에 손 담그고
우암에게 내 보여준 나의 사념들이
추운 날 입고 버려진 검정색'구스’ 다운처럼
허명으로 얼룩 진 노랫가락은 아닐까 의심하며
화양 계곡 푸른 물의 칼에서 나를 찿고 있었다
댓글목록
김용찬님의 댓글
김용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스펙트럼님, 요즘 생각이 많으신 모양입니다.
저도 화양구곡을 돌아보며 우암의 체취를 느껴보려한적이있지요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고 당당하게 사세요
아마 옳은 판단을 할것이라고 믿습니다.
스펙트럼님의 댓글의 댓글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님의 말씀처럼 판단이 필요한 시기랍니다.
그래서 옳은 판단을 해야하는데 무엇이 옳은지 정답은 없고
누구의 도움을 요할 수 없는 오직 저만의 판단이 필요한 시기라서 고민이 크답니다.
늘 격려의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부엌방님의 댓글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펙트럼님의 댓글의 댓글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한 순간 이라도 저와 함께 우암의 고뇌를 느껴 보셨다고 생각합니다
님의 시도 잘 읽고 있답니다.
고맙습니다.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암 송시열 선열에 푸른 우국이
스펙트럼님 시울 안에서
푸른 빛으로 환생하여 구정구정한 세상을
헹구는 마음이 향긋합니다 ^^
파릇한 죽순이십니다
석촌
스펙트럼님의 댓글의 댓글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셨습니까? 시인님,
변절이 손바닥이 뒤짚듯 쉬운 현실 속에서
자기의 말을 지킨다는 것이 그리 녹녹치 않은 세상입니다.
그래도 노력은 해 봐야 하다는게 제 생각이다는요^^
들러주시고 좋은 말씀 놓고 가셔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스펙트럼
서피랑님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근사한 접근입니다.
진지한 모습도 좋구요,
욕심낸다면,
조금 무겁거나 느슨해진 서술을
가볍게 묶어보면 어떨까 싶네요,
시는 아무래도 논리, 교훈보다
재미나 감동을 추구하는 문학이니까요..
스펙트럼님의 댓글의 댓글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예~, 반가워요!
시인님의 조언에 되도록 가깝게 수정해 보았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예~,
늘 조언과 격려을 주시는 시인님 정말 고맙습니Day.
올 크리스마스에는 산타가 선물을 할 것 같아예~,ㅎ
뭘 받고 싶으신지 미리 생각해 두시는 게 좋을 듯요^^
고맙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화양계곡 맑은 물에서 제대로 칼을 찾아 그어보이셨습니다
그 예리한 눈과 心으로 보신 것을 펼쳐주시니 무지한 눈에 쬐끔 서광이 비치는 듯합니다. 우연히 들른 향기나는 꽃밭에서 약초 한뿌리 건진 느낌입니다
스펙트럼님의 댓글의 댓글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귀한 걸음 하셨습니다, 시인님.
어줍짢은 푸념에 우암에게 누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
좋게 봐 주시니 고맙습니다.
평온한 주말 잘 보내시고 힘찬 한 주 시작하세요^^
고맙습니다.
한뉘님의 댓글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이 세상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흐르는
맥을 짚어봅니다
계곡의 푸른 물처럼
스펙트럼님의
칼날처럼 번뜩이는 이성의 순간을
낚아채보려다
제 손이 베어져 버렸습니다~^^
바람이 전하는 말이 있다면
어느 순간 반드시 채집해 보렵니다ㅎ
시인님처럼~
환절기 건강 잘 보살피시고
좋은 한 주 되세요~~~^^
스펙트럼님의 댓글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 시인님,
귀한 걸음 하셨네요, 시인님 이시라면 저 보다 많은 우암의 전언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시인님도 환절기 건강 조심하시고
늘 시마을에서 창작연습하는 저 같은 습작생에 관심을 가져 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