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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세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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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1회 작성일 18-11-11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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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패해 가는 나무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있으므로 읽으실 분만 읽으세요.







아카시아나무 세 그루가 쓰레기장에 엎드려 있었다. 민달팽이가 나무 위를 기어다녔다. 잎은 더 이상 맺히지 않았다. 여름도 가을도 없었다. 아카시아나무들은 나를 향해 검은 혀를 내밀었다. 코 끝으로도 다가왔다. 


저녁이었고 뿌리는 부패하여 달큰한 향기를 뿜었다. 공터는 스스로를 자학하기 시작했다. 언덕을 올라가면 별 대신 하늘 대신 폐타이어 태우는 매캐한 연기가 검게 사방을 채웠다. 


오르막길이라 두개골처럼 단단한 어둠. 누군가 끌을 가져다가 어둠의 핵심을 꽝 꽝 두드린다. 깨지지 않는 내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닥으로 바닥으로 계속 내려가면 아카시아나무는 뿌리부터 부패한 등뼈 대장大腸까지 애벌레들에게 먹혀들어갔다. 조그만 톱니같은 이빨 무수히 가진 어둠, 항문으로 나왔다. 나무의 나이테와 거친 껍질, 나병癩病이 지나가는 통로, 바람과 물이 남긴 흔적들을 차츰 먹어 갔다. 어둠이 지나간 자리에는 긴 점액의 흔적이 빛으로 남았다. 희디 흰 아카시아나무 속살에 긴 터널이 뚫렸다. 애벌레들은 그 집에 모여 나라를 이루고 언어를 만들고 부패한 나무즙으로 동상을 세운 뒤 그것을 함께 뜯어 먹었다. 그리고 나무의 턱뼈를 분리해 땅바닥으로 땅바닥으로 끌어 내렸다. 한 생명이 부패하자, 다른 우주는 시작을 준비한다. 검은 만장挽章이 하늘에 걸릴 틈도 없이, 질주해 가는 뜨거운 밤하늘. 형체를 잃어 가는 아카시아나무가 내 손 붙잡고 있었다. 


나도 걸어, 나방의 몸같은 내 집으로 돌아갔다. 좁은 우주 속 작지 않은 책상 앞에 앉아 펜을 잡은 손 대신 설풋 꿈을 꾼다. 아카시아나무 한 그루는 걸어가다가 다리 부러져 주저앉은 자세로 거기 멎었다. 다른 한 그루는 엎드려 등을 구부정하게 굽힌 채 흘러내리는 눈을 부릅뜨고 거기 있었다. 마지막 한 그루는 친구와 헤어지기 싫다는 듯 다른 두 나무들에게 몸을 밀고서 하나로 붙어 녹고 있었다. 


걸어가다가 부닥친 막다른 골목이 검은 혀 세 개를 낳았다. 붉고 축축하게 엎드려서 꿈을 계속 이어가면, 나는 항상 거기 막다른 오르막길 올라가 초라한 집 녹슨 대문 검은 빛깔 헉헉거리면서 발자국이 아깝다는 듯 아카시아나무 세 그루가 언덕에 못박혀 있는 것을 본다. 활짝 열린 살 속으로 놓고 간 등뼈들 보인다. 모두들 부정형의 눈동자로 나를 쳐다본다. 민달팽이같은 나에게도 고향이 있었다. 다시는 일어서지 않을, 파리떼 윙윙거리는 불협화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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