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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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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安熙善37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7회 작성일 18-11-13 00:55

본문

화사(花蛇)한 마을 / 안희선


옛날에, 아주 옛날에

따사로운 감정과 애정이 있었으니

그것은 사계절을 통하여

한 나무가 될 줄도 알았고

퍽이나 예의 있는

언어도 공용어로 쓰이곤 했다

그러나 배암이 꽃처럼 나무에

똬릴 틀고난 후

날름거리는 그 혓바닥 위에서

나무는

제일 먼저 알아야 할,

제일 후에 알아야 할, 눈치로운

침묵이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일밖엔

할 것이 없어

온몸엔 가느다란 나무가지만

별다른 뉘앙스 없이

솟았다

한때는 나무다웠던 사람들도

그렇게 냉혹의 제물이 된 것이다

그리고 한 나무가지를 잘라서,

속안의 힘줄을 쳐다보면

더욱 잘 견디기 위해

말을 하고 싶어도

그저 제 가슴의 비굴한 발자국 소리만

듣는 망연한 경련이 보인다

더욱 잘 묵묵히 있기 위하여,

그냥 바라보며

칭칭 감겨오는 꽃배암의 포박 안에서

그 어떤 말을 듣더라도

절대로 대답하지 않을 줄 알아야 하는데

아담과 헤와 이들 이외에도

내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

동동거리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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