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 창작시의 향기

나의 잔 속으로 너의 영혼을 기울이는 밤이다.

육체는 푸르고, 영혼은 맑을 것,

그 맑은 것마저 비우고 또 비우며 살 것,

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었구나

가만히 손을 내밀면 길들여진 짐승처럼

선뜻 내어주는 긴 목덜미를 나는 사랑하여,

터무니 없는 화대를 주고

알고보면 쉽게 넘어지고 깨지는 너를 샀구나

온통 쓴맛 뿐일 네가 한번 고개를 끄덕일때마다

내 피에 번지는 가학적인 뜨거움이

이미 끊기 힘들어진 인생 같구나

스스로는 시려도 사람의 식은 피를 데우는 너는

모든 시인이 되고 싶은 시가 되었구나

사랑한다고, 단 한마디도 말하지 않고

가만히 내안으로 흘러들어와 나를 붉히는 너는

이제 내가 죽어도 어쩔수 없는 사랑이다.

먹이를 지키느라 푸름도 맑음도 지키지 못하고

비우기는 커녕 잃어가는 것에 대한 욕심만 늘어

사람으로 살아가기 힘든 날이면

사람은 너를 앞에 두고 붉고 탁하고 무거운 것을

토하도록 마시고 또 마시는구나

단 한 방울도 끓는 점을 지나오지 않은 시간이 없어

영 점을 향하는 냉정으로도 열정을 지피는구나

말 한마디 없이

하고 또 하고, 밤새도록 같은 말 되풀이 하는

나의 입을 막지 않는 너를 사랑하여

주둥이 풀린 풍선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네 곁을

비틀비틀 맴돌다 푹 꺼져 잠이 드는구나

잠결에도 주사를 부리며 발길로 걷어차도

고맙구나

깨져서 나를 찌르지 않고 함께 누워

내가 미동도 없이 잠들기만을 기다려주어,

사람아, 사랑아, 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