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채의 고민 /추영탑
페이지 정보
작성자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1,712회 작성일 17-11-06 09:36본문
파리채의 고민 /秋影塔
창세기부터 거시기를 거기에 밀어넣고 죽은
파리들이 있었다고 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죽음이었다고
고고학자들과 윤리학자들은 한 입 되어 말하고 있다
저승으로 흘러가는 두 줄기 강물처럼 몸이 포개진
세상은 경이롭다 쌍으로 공중을 날다가
거미줄에 걸려죽은 파리도 그렇다
어느 화가도 차마 이 그림을 완성하지 못하고
붓을 던졌을 것이다 너무 아름다워서
그림이 되지 못하기 때문인데, 따라서 더는
미사美死를 모독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을 데리러 온 저승사자도 놀랐을
이 황홀한 광경은 두고두고 입에 오르내리다가
전설이 되었는데, 지금도 그 전설을 따르고자 하는
파리세상의 젊은이들이 부지기수다
파리 두 마리가 내뿜는 비행운은 모이고 모여
기온이 차가와지는 날이면 안개가 된다
나는 파리채를 들고 잠시 고민에 빠진다
죽느냐 사느냐가 아니라 죽이느냐 마느냐가 문제인데
파리채 한 번 내두르면 될 터인데도,
지는 꽃잎 신열 앓을까봐, 제상 차리는 그 자손들
울음소리 더 커질까봐 들었던 손을 내리고 묵상을 한다
그래서 사자밥 안치려고 씻던 쌀이
마치 양수 속에서 헤엄치는 파리알 같다는
생각 때문에 쌀을 다시 쌀독에 붓는다
눈 앞의 정사를 방해할 수야 없지 않은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인내였다고 나는 회고록에
기록할 생각이다 저들을 죽이면 나 또한 피해자가
될 것이므로···
(이렇게 사람을 죽이고도 스스로 피해자라고 회고록에
쓴 사람이 실제로 있었다)
세상의 연애는 모두 아름다워서 파리를 업은
파리는 무사히 내 파리채를 벗어난다
그러고 보면 나는 파리들의 사랑에는 너무
관대한 휴머니스트가 되는데,
그러므로 내 손의 파리채 또한 나보다 훨씬 더
심대한 고민에 빠지거나, 두 마리 파리를 한꺼번에
죽이고 스스로 피해자가 되는 것을 모면했다,
라고 나는 회고록에다 추가하려고 한다
댓글목록
그로리아님의 댓글
그로리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파리를 잡지 않으면 구더기가 생기겠지요
구더기때문에 전염병이 창궐하게 될 겁니다
파리를 잡는 것은 소독을 실시 하는 것과 같을 것 같습니다
파리는 파리채로 잡아 줘야 할 것 같습니다
갑장님!!
추영탑님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주 온당한 말씀입니다. 사실대로 말씀을 드리자면
이 사람은 파리 박애주의자가 아니고 박해주의자입니다. ㅎㅎ
방안에 파리 한 마리만 있어도 기어이 저 세상으로
보내야 직성이 풀립니다.
더군다나 한 마리가 한 마리를 업고 날아 다니는 걸
보면 불 같은 질투가 나서, 저승으로 보내버려야 마음이
후련해지지요. ㅎㅎ
이건 역지사지로 생각해 본 글일 뿐입니다. 갑장님! *^^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서남아 무질러
파리 스카이라인에서
파리의 연인 ...
파리채가 우는구나
기레틴 비켜 세우며
남들
다 하는 관음증을
바퀴벌레한테나
엮어 보리
추시인님 양해각서만 득 한다면
고맙습니다
석촌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빠리의 파리와 한국의 파리를 맞 바꾸자는 양해각서
체결식이 있긴 있었습니다.
관음증은 숨어사는 바퀴벌레들의 기만전술의 하나로서
까발리 새가 무용화 되었을 때 사용하는 비술의
하나입니다.
두레박에서 도로박으로, 도로박에서 두레박으로
왔다리 갔다리? 하는 풍경!
스카이라운지에 올라보면 속이 아주 잘 들여다 보이지요. ㅎㅎ
석촌 시인님! 감사합니다. *^^
피탄님의 댓글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파리를 때려잡는 사소한 일에서조차 사유할 수 있다는 님의 능력에 감히 경의를 표합니다.
사소하지만 필사적인 생의 흔적이니 차마 어찌할 수가 없어 내버리고 만 것이겠지요.
삶 앞에서는 다들 치열한 듯 싶습니다.
추영탑님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파리는 백해무익한 미물이지만 시의 공간에서는
아주 유용한 시제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저승길에 들어서면서도 성욕을 놓지 못하는 파리!
정말 지독한 존재들입니다. ㅎㅎ
역발산의 기개라도 가진 듯.... ㅎㅎ
감사합니다. 피탄 시인님! *^^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파리채 그래도 여름 한 철 제몫을 톡톡히 했지요
파리를 업은 파리는 파리채를 벗어 난다는데,
사랑에 신열이 끓는 집은 파리도 우글거릴 것 같은 착상,
그러나 다양한 구석으로 뺏다 넣다 기교가 넘칩니다.
귀한 글 즐겁게 감상하고 갑니다
평안을 빕니다.
추영탑님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 사는 공간은 이층이고 방충망이 돼있어 파리는 얼씬도 못합니다.
어쩌다 운 좋게 거실에 들어와 활개치는 파리는 운이 좋은 게
아니라 운이 나쁜 거지요. 즉시 저승행이니...
파리채에 생명과 생각을 부여하고 보니 파리채는 사실
사람의 생각과는 정반대의 생각을 하드만요.
파리 잡는 일에 소홀히 한다는 겁니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파리채! 이건 사람의 마음이지 파리채의 본심은
아니다, 하는 결론을 얻었지요. ㅎㅎ
감사합니다. 두무지 시인님! *^^
은영숙님의 댓글
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추영탑님
안녕 하빕니까? 반갑고 반가운 우리 시인님!
파리의 연정 같은 시로서 묘사한 현 시대상을 멋지게
승화 시킨 시인의 비유의 글이 많은 생각 속에 한 시대를
시심 속에 읽고 또 읽고 갑니다
그런 발상이 어데서 샘 솟듯이 나올까? 경이롭습니다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좋은 한 주 되시옵소서
추영 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뭐, 경이로울 거 하나도 없습니다.
눈만 뜨면 보이는 게 파리고 그 중에는 업고 다니는 파리
또한 심심찮게 보이지요. ㅎㅎ
생각을 조금만 굴리면 다 쓸 수있는 글이랍니다.
은영숙 시인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