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카페 > 창작시의 향기

물이 스며든 끝자락 마다 시린 얼음꽃이 피고

뾰족한 가시를 키우는 계절

아직 푸른 꿈을 놓지 않는 물줄기는

숨 죽인 듯 적막 속을 쉼없이 흘러간다

오래된 키 큰 나무들 빈 가지로 바람에 흔들리는

옥색이끼 은은한 높다란 바위 절벽을 지나

그곳에 가면

허름한 무인카페가 있다

천원이면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고

어쩌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 가슴 설레게 하는 곳

커다란 창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곳

햇살을 잘게 쪼개며 반짝이는 잔물결 소리며

바윗돌에 부딪히며 카랑대는 정겨운 물소리에 귀를 쫑긋해 보는 곳

아무에게나 들려줄 수 있는 진부한 삶의 우여곡절이 흐르는 듯

귀 기울여 들어보면

물새는 물새대로 푸드득

묏새는 묏새대로 지즐댄다

고향떠나 떠도는 바람같은 나그네가

먼 곳에 있어도 활시위처럼 당겨지는 곳

부자인듯 허영스레 마음을 두는

그곳에 가면

햇살에 반짝이는

시간이 그려낸 완만한 물굽이 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