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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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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89회 작성일 20-05-21 11:36

본문

 

내게는 삼춘이 한 분 있다.


가끔 들르던 삼춘은 날 데리고 수풀이 무성한 언덕에 올라 

찌르는 햇빛 아래 몽롱히 잠든 마을을 함께 내려다보곤 했다.


청포도빛깔의 방아깨비를 잡아 그것의 뒷다리를 붙잡고, 

"이렇게 하면 방아깨비가 온힘을 다해 제 몸으로 방아를 찧는단다." 

나는 무엇인지 모르는 그냥 숨구멍마다 스며드는 무서운 것에 울었다.

그것은 파란 하늘이었다. 


그럴 때면 삼춘은 

방아깨비를 땅에 내던지고 

발뒷꿈치로 질끈 밟은 다음 내게 웃었다.

"봐라. 마을의 경계를 이루는 저 안산도 뜨물같이 흘러가는 개울도 다 내게 너무 좁거든?" 

삼춘이 지금의 나만한 나이였을 때, 삼춘 여자친구가 봉황산 깊이 깊이 

소나무숲에 혼자 들어가 목을 매었다. 

얼굴에 길게 흉터가 자라나던 아이였다.

삼춘은 뜯겨져 나간 소나무껍질처럼 

바위가 등돌린 흙길을 청설모처럼 혼자 기어올라가 꺼이꺼이 울었다.

나는 목에 서늘한 빨랫줄이 팽팽하게 가을하늘의 과육에 깊이 

파고드는 그 감각 속에서 희미하게 삼춘을 향해 꺼덕꺼덕 웃었다. 


연탄재가 쌓인 언덕 아래 개가 던져져 있었다. 

혀를 길게 빼고서. 

자잘한 투명한 보석같은 벌레들이 

흐물흐물해진 안구를 넘나들며 빛나고 있었다. 

삼춘은 날 혼자 내버려두고 그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삼춘은 검게 닳은 철로가 앙상한 몸을 빛내는 그 황무지에 

쭈그려 앉았다. 기차가 오지 않았다.

어느 소녀가 와서 삼춘에게서 

바람결에 비릿하게 흔들리던 꽃을 뜯어가는 것이었다.

작은 웅덩이에 빨갛게 흔들리는 태양이 삼춘의 안구 속으로 뜨겁게 들어왔다.

흔들리는 물결이 제 투명한 종아리를 감추려하지도 않고,

검고 매끈매끈한 탯줄 사이로 형체를 잃은 것이 흘러내렸다.

 

처음에는 삼춘의 다리가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까칠까칠한 수염이 팡이꽃처럼 음습하게 일어서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리 위에서 불러도 삼춘은 물 속을 뚫어져라 바라볼 뿐

일어서지 않았다.

석양이 마을을 제 주홍빛 병(病) 안에 깊이 잠기게 했다. 

삼춘도 따라서 주홍빛으로 조용해져갔다.

사반나의 관목지대에서는 짐승들이 치열한 눈을 빛내며 나무 그늘 속에 

숨어산다. 

삼춘은 일어서거나 입을 여는 대신, 

긴 꼬리 끝에 피비린내가 섞인 흑조(黑鳥)를 그물 속으로 던졌다. 


나는 그 후 삼춘에 대해 들은 것이 없다. 

그때 언덕은 조금씩 조금씩 허물리고, 

버섯같이 옹기종기 집들이 들어서는 바람에 

하루종일 포자가 불려다녔다.

아침마다 커튼을 살짝 열고 창문 밖을 바라보면 

사반나의 연초록으로 깔린 풀잎들이 서걱서걱 일어서고 

킬리만자로산이 빙점 이하로 날카롭게 낙하하는 것이었다. 

햇빛이 흔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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