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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정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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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202회 작성일 16-09-25 20:11

본문

푸른 정거장



비를 기일게 발음하면 마음에
장마지더라
빗물 떨어지는 방 눅진한 벽에 기대어
(산 채 묻힌 기분으로)
새로운 계절 몇 개 이름 지어본 적 있다

밤에서 밤으로만 이어지는 생각들
물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소리들이
바람이 분다와
바람이 그친다의 사이
비옥하고 또한 황량한 異域으로 가는
푸른 정거장을 만든다

낯선 계절들을 떠돌며 어디에도 없는
어딘가를 향해 시간표를 짜고 있는 역무원처럼
변하지 않는 동작으로 늙고 있는 나를 본 적 있다

어디라면 어떻겠는가,
시작도 끝도 없이 철길이 놓였는데
누가 나를 위해 기도라도 했단 말인가,
그 철길 위에
간절기의 꽃잎들이 해진 사랑처럼 흩날릴 때

나는 기차를 타고 멀리 천지를 뒤덮는 눈발처럼
차가웁게 펄펄 달리고 싶었던 적 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9-29 10:43:09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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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로2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고현로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1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을 미리 보여주시다니요.
역시 'ㄱ' 으로 시작하는 성씨가 시를 잘 씁니다.
'기역'하실라나 모르겠는데 저는 이 가입니다. 저는 빼시고......
시를 길게 발음하면 뭔가 시상이 터져 나올 듯 한 가을입니다.
눅진하고 묵진한 사유에 머무르다 갑니다.
환한 그믐밤님의 건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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