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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3】우린 수정거울 속 겨울을 알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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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457회 작성일 18-06-12 13:33

본문


우린
수정구슬 속 겨울을 알고 있지


활연




   아침마다 눈 덮인 길을 연다 빗자루로 닦은 길은 차다 눈사람 눈동자가 녹아내리는 시간에 너는 외롭다 유리창에 그린 입김은 장날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므로

  다락에 누워 그날 죽은 별들을 닦는다

  그치지 않는 눈발을 자르며 무릎의 지방을 태운다 머나먼 유역으로 논물을 흘리며 달우물 길어 조금씩 눈썹을 적신다 새가 가져간 텅 빈 혼,

  땅에 젖 물리고 더는 낮아질 수 없는 육체

  얼마나 벽지를 발라야 하나 희미한 눈동자가 굴리는 마을로 흘러가 끊어진 문맥을 잇는데 생을 다 소모하고 텅텅, 겨울강, 말없음표 물고가는 물고기들

  이 생에선 위독해지기로 하자

  네 알의 둥지는 얼음장 아래 있다 발이 빠진 문장을 들고 메아리를 마신 거울은 닦지 않아도 된다 너무 멀리 가서 아궁이를 안고 죽은 여우

  꼬리붓 휘저어 잿더미가 된 문장을 갈아엎고 점자를 번역하는 구름에게, 국경을 지우며 날아가는 새들에게

  삼십 촉 알전구 묽은 촉 마르도록

  새하얗고 따뜻한 조장(鳥葬)
  새들이 뜯어먹을 문장을 위해서 우리 겨울은 혹독해도 된다

  오늘은 문장의 목구멍을 쪼아 먹고 모래주머니 가득 흰 피를 흘리겠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6-20 18:18:27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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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시엘06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엘0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겨울강이 눈부시게 마음을 파고 드네요.
갑자기 겨울이 그리워집니다. 겨울로 가서 겨울 새들을 보고 싶네요.
우리는 따뜻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하지 못한 겨울을 아쉬워 하며.

오랜만에 아름다운 시를 읽었습니다. 잘 지내시죠? ^^

마황a님의 댓글

profile_image 마황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가 감동적입니다..
활연 시인님을 알듯 합니다..
노래도 진동해서 마음을 잡아둡니다..
훌륭하다 못해 진지하게 따라가고 싶어집니다..
고맙습니다..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와, 대마황님의 칭찬을 듣다니
영광입니다.
좀 더 좋은 시가 올라오면
합평방에도 가볼 생각입니다. ㅎ
습작의 나날은 좌절과 절망일지라도
언젠가 햇살 깎아 아름다운
빛을 만들리라.... 믿어요.
마황님 화이팅...

한뉘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겨울을 구슬 안에 다채롭게
가두셨습니다
뚝 떨어진 한 계절로
색다른 느낌의 자연물상과 조우를 합니다
사철 봄기운 가득하시고
겨울은
냉장고에서 꺼내 먹는 아이스크림 같기를요
좋은 시 머물다 갑니다~^^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습작이란, 지난한 길이기도 하고
또 빈번한 변명이기도 하겠지요.
이곳에서 어울렁 더울렁
어울리시며 시 숲을 가꾸는 모습
좋습니다. 저도 십 년 정도는
이곳에 머물렀지만, 늘 고향 같은
곳이지요.
유월에도 좋은 시 많이 낳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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