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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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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8회 작성일 18-08-24 17:13

본문

태풍

 

적도 위 서태평양 수역에 아직 남자를 모르는 젊은 여자들이 모여 산다 수천억만개 작은 물방울들의 검푸른 울음소리, 각기 다른 아우성으로 응집되어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벌거벗은 가슴속으로 들어간다 시린 잇몸으로 소리를 삼킨 가슴,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신의 곡조로 팽팽하게 직조된 침묵의 날개옷을 입는다 금보다 무거운 침묵이다.

 

신이 파견한 여인의 몸은 이미 만삭이다

해산의 진통이 시작되었다

검은 구름 속 여인의 산통을 지켜보는 일은

햇살에 묶인 물고기가 아가미를 벌렁이며 물 냄새를 쫓는 것만큼

긴박하고 초초하다

여인이 해산하는 동안 여인의 젖은 날개 밑에 갇힌 세상은

너무나도 겸손하게 몸을 낮췄다

세상이 또 한 번 정화의 세례를 받았다

 

산고를 겪으며 몸을 푼 그녀는 지금 동해바다에서 산후조리중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8-27 12:01:10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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