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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여적(餘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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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초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6회 작성일 18-09-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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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여적(餘滴)


날 선 해가 열독을 뿜는 저물녘
시간의 채록본을 발굴했다
강 건너 둑방길 미루나무 그늘 밑에 앉아
돌맹이 하나 집어 땅바닥에 이정표를 세우고
불 타는 강폭을 바라본다
길고 긴 백사장을 가로질러 터벅터벅 걸어간다
가로막은 앝은 여울을 건너
약조한 들녘, 이젠
낯익은 기억을 이어 주는 무지개다리가 놓였다
다리 아래에 술렁이는 금싸라기 불빛
건네다 줄 배는 아니 오고 
아랑곳하지 않는 피난민들이 기우제를 노래한다

가난한 마음을 미혹하는 열풍
바람길을 내준 강줄기가 거꾸로 흘러
마른 샛강에 심은 포플러 숲은 웅성거리며
뽕밭이며 갈대밭이 말라죽어간다
석양이 물들 시간이 움찔하는 찰나에
투신 상황을 방송하는 수난구조대의 스피커 소리
헛된 바람을 껴안고 비극의 강에 맴돈다

폭우가 탄성을 지르며 쏟아진다
홍수에 떠내려오는 초가집
지붕 위에 개돼지가 강둑을 무심히 쳐다본다
미루나무, 포플러 숲이며 뽕밭, 갈대밭
시간의 여적을 마구 베어 버린 
배후에
여전히 장대 밭이 치솟아 오른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9-16 19:37:32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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