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山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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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0회 작성일 18-10-12 23:59본문
閑山島에 내리자 제일 먼저 나를 반겨준 것은 너도
가지 휠 정도로 한껏 터져 나온 섬벚꽃도 아니었다
바다빛깔
내 전생으로부터 온 그 빛깔
아련한 그리움이 닿을 수 없는 저 멀리로부터 말을 걸어 오는
그 이해할 수 없는 표정
閑山島는 그 빛깔 한가운데 귀가 멍멍할 정도로 소란스런 빛깔 한가운데
뿌리 내리고 있었다
뻘밭 익어 가는 소금바위 하얗게 녹슨 따개비 울컥울컥 뱉어 내는 비린 물
閑山島에 내리고서야 알았다
千年을 너는 처음부터 섬이었다는 것을
바위가 내뿜는 숨이요
봄마다 섬을 덮는 紫雲英이 목숨 다하는 순간이었다는 것을
조용히 왔다가 씻은 듯이 물러 가지만
늘 거기 있었다는 것을
섬은 바다를 향하여 길을 밀어내고
곁을 내어주지 않는 섬을 향해 벚나무떼 일어섰다
섬을 빙 둘러 이어지는 길은 누군가의 생명처럼 좁다
한 발자국 벗어나면 저 연록빛 바다로 뛰어들라고 말하며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몸 떨리는 황홀을 향해
벗어나려고 벗어나려고 애쓰다가 결국은 처음부터 거기로 나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閑山島 오솔길이 내게 가르쳐준다
이 길 끝에 무엇이 있을까 섬을 거대하게 지나가고 있는 섬벚꽃들 하얀 빛깔이
나보다 먼저 나아가고 있는 거기
나도 섬벚꽃도 閑山島도 침묵한다
동백나무 내게 속삭인다
너는 이 섬으로 불을 지르러 왔냐고
내게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
왜 내가 너를 보아야만 하느냐
외쳐 보지만 나는 이미 내 속에 불을 질러
다 타고 남은 재가 아니냐고 하늘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던 갈매기가
지나가며 한 마디
이 견딜 수 없이 근질근질한 가슴 속
그 무엇을 빼내 버려야 나는 이 섬을 떠날 수 있을까
나는 千年을 걸어 왔고 다리가 붉은 산꽃투성이다
閑山島를 조금씩 깎아내고 있는 저 파도가
날 세운 꽃처럼 내 網膜을 찔러 온다
閑山島가 활활 불바다다
봄이 미처 다 덮지 못한
섬을 뒤덮은 섬벚꽃 타들어 가고
묵정밭에 만발한 紫雲英 타들어 가고
길도 타 들어가고 파란 바다 갈라 놓는 예리한 파도도 타 들어간다
가장 환하고 가장 검고 가장 목놓아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閑山島를 찾는 일은 언제나 위험하다
閑山島는 언제나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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