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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하나 있었다고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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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399회 작성일 18-10-21 11:50

본문



백석의 시집을 펼치다가 불현듯

아름다운 사람 하나 있었다고 기억한다. 목소리 하나 책장의 오솔길 따라 걸어내려 왔다. 쉰 목소리에서는

흙빛 부토腐土의 향기가 났다. 여름이었다. 피 배인 책장에서 담쟁이 덩굴이 흘러 넘쳤다. 


책장을 넘기노라면 하늘까지 닿는 파도를 내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게 된다. 

펼치지 않은 책장이 있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름다운 사람 하나 있었다고 기억한다. 나는 전에도 날카로운 책장의 모서리에 손가락을 베인 적 있었다. 

그 목소리가 내게 다가와 책장 대신 나를 넘긴다. 열린 내 속이 비어 있을 리 없다. 하늘과 땅의 접점처럼 아득한 그는 

아직 펼쳐 지지 않은 책장 안에 한 줌 땀으로 있었다. 

  

나는 그 상처를 사랑했다고 기억한다. 내 발등에도 한참 무거운 것이 얹어져 있다. 책장에 달라붙은 청록빛 이파리들의 무거운 호흡법, 나를 이렇게 먼 길로 

옮겨 온 지독한 애厓 있었다. 발자국의 혈흔이 여기쯤에서 멎었을 텐데 하고 바람에 훼손된 책장을 펼치노라면,

형체를 잃어 가는 책장으로부터 활자가 떠나 갔다. 사람 하나 떠나간 그 무게만큼 바람이 고이지 못하고 눈부신 햇빛이 아사餓死하고 있는 

중이다, 


책장 안에 때 이른 침묵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름다운 사람 열고 들어가면 아름다운 소리 하나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흙빛깔 쉰 목소리 하나

떡갈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자작나무 피를 흘렸다. 살랑살랑 털 돋은 꼬리 흔드는 길. 칠월도 머지 않고 삭망朔望에는 바다에 닿는다. 

바람에 끝모서리가 찢겨 나간 책장이 아직 펼쳐지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선 꿈에도 주홍빛 핏방울 하나 눈부시듯이 그런 목숨 하나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하늘에 가장 가까운 그러므로 가장 예리한 가시 하나로 하늘 가까이에 돋아난 책장. 연이어 늘어선 담장이 담장을 황홀해 한다. 아름다운 소리로부터 아름다운 사람 하나 걸어나왔다. 아직 흐르는 피로 글자를 쓰고 또 글자를 그린다. 자궁子宮같은 책장이 아직 펼쳐지지 않은 아름다운 초상肖像, 활자의 공백으로만 들려온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10-30 12:19:33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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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꿈길따라님의 댓글

profile_image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도현 교수는 한국시가 낳은 가장 아름다운 시인이라고 했지요
하여 "백석"의 생애를 담은 『백석 평전』 우리나라 시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시인 백석의 일대기를 담아 낸 걸로 압니다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백석평전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언어의 입체적인 구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날카로운 책장에 베인 시인님의 손가락 덕분에 백석을 꺼내보게  되고 백석을 음미하게 되고
백석의 흔적을 따라 그길을 가보게 됩니다. 시인님의 책장 뿐 아니라 제 마음의 책장에도
백석의 그리움 몇편 놓아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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