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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가 나를 독점하는 날 / 임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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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33회 작성일 15-07-08 11:34

본문

공허가 나를 독점하는 날 / 임동규

 

 

 

꿈과 같이 난해한 당신의 풍경이 지나간다
그림자 안개들과 가로수들의 짙은 침묵은
폐타이어를 둘러친 자그마한 어선처럼 흐느낀다
우여곡절로 이어진 여자들의 깊어진 눈동자 같이
가로등은 고갤 수그리고, 플루트의 길고 긴 선율처럼
그윽하게 바라보기만 하는 갤러리 그림이거나
박물관 방탄 유리막에 전시물이거나
분위기 가득한 시간을 지불하기 위해
떠나는 순간을 늦추고 있다 대리석 납골당
아파트 상자각에 진부한 관념들이 갇혀 있다
1년에 단 한번이라는 7월 7석 견우와 직녀도 아니고
하지만 나라는 사람의 기초를 제공하는 자본이다
때늦은 꽃다발이란 손톱을 깨무는 후회 같은 것,
끊임없는 기다림을 기대하는 하늘과 별들 사이
조용히 흐르는 이슬비의 단조로움으로 저 밖에는
유령선처럼 캄캄한 밤이 나를 기다리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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