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視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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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200회 작성일 16-02-25 23:09본문
시선視線
명백한 것이 싫어질 때가 있다 지금이 그때다
새들이 가슴을 여는 아침
내가 보르헤스의 짧은 시 한 편을 읽는 동안
옆 사람은 축구경기를 보고 있다
여긴 아침인 데 거긴 저녁인 나라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대회
나도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냥
초현실적으로 바깥 풍경에 시선을 돌린다
슬픈 송전탑이 저 홀로 산비탈을 오르고 있다 오늘 중으로 넘어 갈 모양이다
할머니들 등이 바위처럼 굽는다
문장 하나를 메모한다
하루 종일 비현실적으로 슬픈 나라에서
오늘도 제 길이를 늘이려고 제방이 멀리 바다를 내몰고 있다
갯벌은 사형수처럼 사지의 힘을 뺀 채 뻗어 있고
경기는 패배로 끝났다
모두가 고개 숙이고 뭔가에 열중할 때
수척해진 수평선 위에 짧은 시 한 편을 적어 본다
나는 갯벌에 대해 무지하다 부끄러운 일이다
.................................................................
* 사실 이 시는 <잡념>이란 제목으로 한 번 올렸다가 진짜로 부끄러워 그냥 내리고 잊고 있었는 데,
최정신 시인님이 그걸 기억해 두셨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조금 손을 봐서 다시 올립니다. 최 시인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3-03 14:43:01 창작시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채송화님의 댓글
채송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월 최우수작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달의지구가 채송화로 바꿨습니다.
올해는 좋은 일 있으실 것입니다.
최정신님의 댓글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시는 못 내리게 도장 먼저 찍을까요 ㅎ
야행 습성이 배안에 병인양...
나에게 잠은 호락하지 않은 원친이다보니 늦도록 별무신통한 책을 뒤적이다가...
시제는 생각이 안나지만 뇌리에 피뢰처럼 꽂이던 한 편
3연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와
그저 무심으로 투명하게 읽히는 4연 1행이 낙관이 되었었습니다
다시 읽으니 4연이 은유한...절창...
Good~~
그믐밤님의 댓글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휴 두 분 밤늦은 시각인 데 이렇듯 찾아주셔서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겟습니다.
채송화님의 조언은 고민 좀 해 보겠습니다. 눈에 뭐가 씐 탓인지 아직은 교만합니다. 용서하세요.
고쳐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거리가 확보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두 분 편히 주무세요..